[한경플라자] 지능형전력망 서둘러 구축할 때

늘어나는 전력수요 감당 못해…'한국형 관리 시스템' 주목돼
얼마 전 전국적인 한파로 전기 난방수요가 크게 증가해 전력소비가 지난해 12월15일에 7000만㎾를 넘어섰고,올 1월17일엔 사상 최대인 7314만㎾를 돌파했다. 전력소비가 증가해 공급 예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공급 비상상황이 발생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6.4%인 우리나라에서 합리적인 전력사용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전력거래소와 LS산전 등으로 이뤄진 컨소시엄이 최근 전력소비에 맞춰 실시간으로 전력생산을 관리하는 한국형 에너지관리시스템(K-EMS)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개발한 것은 의미가 크다.

에너지관리시스템은 대한민국 전체의 전력소비 추이에 맞춰 발전소,송전망,변전소,배전망에 이르는 전력설비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제어하는 핵심설비다. 정보기술과 전력기술이 결합된 첨단 시스템으로 전력IT기술의 핵심을 이룬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화력 발전소의 건설에는 온실가스 발생 등 환경적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으며,발전소 입지 선정에 따른 인근 주민에 대한 보상비용도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 발전 또는 친환경 신재생 발전이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해외 여러 국가에선 화력발전소의 건설을 최대한 억제하고 원자력 및 신재생 발전의 비중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중장기 전력수급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그러나 풍력 및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전력 수요에 맞춰 발전량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즉 신재생 발전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EMS로 중앙에서 제어하기 곤란한 발전소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 전력계통 운영 시스템으로는 안정적 전력 공급이 어려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하드웨어인 전력저장장치의 설치나 소프트웨어적으로 수요반응을 유도하는 수요반응 프로그램의 도입이 요구된다. 이런 추세를 반영,국내외에서 많은 관련 연구가 진행중이다. 이번에 새롭게 개발된 한국형EMS는 기존 EMS에서 구축할 수 없었던 지능화된 운영 · 제어의 틀을 제공,전력저장장치와 수요반응을 효율적으로 제어 · 운영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새로운 K-EMS의 개발은 이전보다 정확하게 전력소비를 예측해 적절한 수요공급의 조절과 양질의 전력 공급에 기여하고,우리나라 고유의 전력망 특성에 맞는 전력설비 제어 등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전력기술의 꽃으로 여겨지던 EMS 기술이 완전 국산화됨으로써,학계와 전력산업계 전반에 큰 기술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K-EMS는 궁극적으로는 지능형전력망(스마트그리드)을 구축하기 위한 발판이다. 전력부문의 녹색성장과 맞물려 국민에게 더욱 편리한 전기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그리드를 앞당기고,온실가스를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줄이기 위한 탄소배출권거래제도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촉매제의 역할도 기대된다.

전력분야 산 · 학 · 연 모두가 같이 노력해 K-EMS도 해외에 수출함으로써 전력기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K-EMS 국내 기술개발의 성과를 모델로 삼아 전력산업계는 우수한 제품을 더 많이 개발해 우리 생활이 더욱 편리해지도록 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K-EMS 기술을 고속철도나 상하수도,지하철,고속도로 관리시스템은 물론 빌딩자동화시스템 등 네트워크 산업까지로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것도 과제이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녹색산업 및 기후변화 대응 등 전력 및 관련 산업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K-EMS 개발을 토대로 대한민국이 관련 기술의 국제표준화를 선도함으로써 지능형전력망 기술 선도국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길 기대해 본다.

박종근 < 서울대 전기공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