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빚 때문에 파르테논 팔라고?"

해외채권단 요구에 발끈
재정적자 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가 아크로폴리스 등 자국 문화유산까지 매각해 빚을 갚으라는 해외 채권자들의 제안을 거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각종 문화유산을 포함해 500억유로(75조7000억원) 규모의 국유자산을 민영화하라는 외국 채권자들의 요구에 그리스인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국유지 등 핵심 공공자산은 매각 대상이 아니다"며 채권자들의 민영화 요구를 거부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또 장관들에게 "보호해야 할 자산 목록을 만들라"는 지시도 내렸다.

지난주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집행 감사에 나선 IMF와 EU는 그리스 정부에 재정위기 해소를 위해 2015년까지 주요 국유지 등 500억유로 규모의 자산을 민영화할 것을 요구했다. 채권자들이 민영화를 요구한 국유자산에는 세계문화유산인 파르테논신전이 있는 아크로폴리스 등 다수의 문화유산과 관광지,해변,항구,공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도 "IMF와 EU 등이 자신의 역할을 넘어선 행동을 하고 있다"며 "그리스 정부의 주권을 침해하는 수준으로 간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그리스 국민들이 국가 부채 때문에 사실상 주권까지 침해당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그리스 재정위기가 심화될 당시 독일 등 주변국에선 그리스가 EU로부터 지원받는 조건으로 자국의 섬과 역사적 건축물,문화재 등을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그리스 측과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동욱 기자 ins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