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외국인은 변심한 것인가

외국인이 이달에만 2조원 넘게 매도했다.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에 비해 호전되고,아시아의 주요 이머징 국가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된 것이 외국인의 매도 배경이다. 글로벌 펀드의 자금 흐름도 비슷하다. 최근 3주간 선진국 펀드로 52억7000만달러가 순유입된 반면 이머징마켓 펀드에선 83억7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하지만 본격 조정은 아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 경제지표가 호전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 · 고용 · 부동산 등의 회복이 연속성을 갖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 고용시장이 충분한 회복세를 나타내려면 일자리가 월 20만개 이상 확대돼야 하는데 현재는 월 10만개 미만의 회복에 그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충분히 정상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는 국내 가계 유동성의 증시 유입이다. 이는 외국인이 큰 시세 차익을 보고 이머징 시장에서 선진국으로 일부 이탈하는 매도 공세를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다. 올 들어 예금이 정체되고 머니마켓펀드(MMF)는 감소세가 뚜렷하다. 시중자금이 투자수익률 제고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설 연휴 이후 9000억원이 유입됐다. 최근 조정폭을 고려하면 추가 자금 유입도 기대돼 기관의 수급에 긍정적이다. 외국인은 변심한 것인가. 이머징 국가들의 물가 상승은 성장에 기반을 둔 것이고,글로벌 유동성을 쥐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아직 긴축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조정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변동성 확대와 관련된 우려도 마찬가지다. 2009년 3분기 이후 증시 변동성은 레벨 다운된 상태에서 움직였다. 최근 일중 주가 변동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레벨이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탄력적인 반등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상승 기조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본격 조정에 대한 우려도 완화될 전망이다.

양기인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