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상은 내 것!"…쟁쟁한 후보작 몰려온다

●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잇단 개봉

코엔 형제 서부극 '더 브레이브'
발레리나 욕망 그린 '블랙 스완'
최다 노미네이트 '킹스 스피치'

14세 소녀 매티(헤일리 스타인벨트)는 퇴역 연방보안관 카그번(제프 브리지스)을 고용해 아버지를 살해한 톰 채니를 추격한다. 채니를 잡아 현상금을 벌려는 텍사스 경비대원 라뷔프(맷 데이먼)도 합세한다. 이들은 시작부터 끊임없이 불협화음을 낸다. 과연 악당을 잡을 수 있을까.

세 인물의 행동을 지배하는 법칙은 '모든 행위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믿음이다. 소녀는 복수를 위해 사재를 처분한다. 두 보안관은 돈벌이를 목적으로 정의를 집행한다. 악인은 천벌을 받지만 그 과정은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용기 있는 사람들의 희생을 볼모로 한다. 이런 주제는 소녀가 채니를 향해 총을 발사한 장면에 잘 녹아 있다. 채니는 즉사하지만 소녀도 총의 반동으로 인해 독사 동굴 속으로 나뒹굴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된다. 거장 코엔 형제가 만든 서부극 '더 브레이브'(원제 '진정한 용기')는 진정한 용기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수작이다.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서부극이란 점은 신선하다. 서부극에 흐르는 비장함 속에 코엔 형제 특유의 유머가 어우러진 것도 이 영화만의 특징이다.

'더 브레이브'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흥행 1위에 오르며 1억6000만달러의 수입을 기록했다. 역대 서부극 중 '늑대와 춤을'(1억8400만달러)에 이어 흥행 2위다. 이 작품은 오는 28일(한국시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10개 부문 트로피를 놓고 경쟁한다.

이 영화가 24일 개봉되는 것을 비롯해 '블랙 스완'(24일),'킹스 스피치'(3월17일),'127시간'(상영중),'파이터'(3월) 등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들이 잇따라 국내 팬을 찾아온다. 작품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블랙 스완'은 백조와 흑조 역을 따낸 프리마 발레리나가 처음 무대에 오르기까지 겪는 갈등과 긴장을 탁월한 심리 스릴러로 그려냈다. 성실한 생활로 정상에 오른 여주인공에게 '착한' 백조 역은 쉽지만 본능적이고 도발적인 흑조의 세계는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표현해야 하는 게 예술가의 숙명이자 딜레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의 육체를 탐내는 예술단장,그에게 육체를 바쳤지만 버림받은 선배 발레리나 등 외부 인물은 커다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내부의 또 다른 자아는 더 큰 적이다.

영화는 이 같은 욕망의 그림자를 구체적인 인물과 상황으로 보여준다. 엄청난 중압감은 손톱이나 발톱,혹은 등의 생채기들로 나타나고 망상으로 발전한다. 이런 에피소드는 모두 성공에 이르는 혹독한 여정을 상징한다. 타이틀롤의 나탈리 포트만 연기가 압권이다. 감독은 '더 레슬러'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톰 후퍼 감독이 연출한 '킹스 스피치'는 남우주연상 등 가장 많은 12개 부문 후보작이다. 말더듬이 국왕 조지 6세(콜린 퍼스)가 언어 치료사(제프리 러시)를 만나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6개 부문 후보작인 대니 보일 감독의 '127 시간'은 2003년 미국 유타주 블루존캐니언을 등반하다 바위에 손이 끼는 사고를 당해 127시간 동안 홀로 사투를 벌이다 살아 돌아와 화제를 모은 애런 랠스턴의 실화를 그린 영화.바위 틈새란 좁은 공간의 핸디캡을 다양한 영상과 사운드,편집 등을 섞어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주연은 제임스 프랑코.

'파이터'는 권투선수 미키(마크 월버그)가 형 디키(크리스천 베일)와 함께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감동 실화를 옮겼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