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길을 나서는 그대에게]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美경제 살리려면 중산층에 현금 뿌려라"
입력
수정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로버트 라이시 지음,안진환·박슬라 옮김,김영사 240쪽,1만3000원미국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중산층의 소득을 보충하는 역소득세를 실현하는 것이다. 역소득세란 정부가 월급에서 세금을 떼어가는 것이 아니라 현금을 보태주는 것을 말한다.
연봉 2만달러 이하의 정규직 근로자에게는 1만5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3만달러 근로자에게는 1만달러,4만달러 근로자에게는 5000달러를 지급하며,5만달러 이상 근로자에게는 0달러를 지급한다. 이로 인한 연방정부의 보조금 지출 비용은 연간 6330억달러로 추산되며 중산층 가정의 감세 비용도 수십억달러에 이를 것이다. 그러나 세입감소분은 탄소세 수입 2100억달러와 최상층 5%의 소득세 인상분 6000억달러로 메울 수 있다.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는 작금의 경제불황과 소득 양극화를 극복하는 대안을 이렇게 제시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도 비슷한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라이시는 클린턴 대통령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오바마 정부에서는 경제자문위원을 각각 역임하며 민주당 정권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한몫 한 진보적 정치경제학자다.
저자는 현재의 미국 경제상황을 대공황 직전(1928년)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금융경제는 수치와 주가로 성장하고 있는 듯하지만 실물경제와의 괴리는 커져만 간다. 기업은 갈수록 부유해지지만 개인은 가난해져 간다는 것이다. 다만 대공황은 미국에만 직격탄을 날렸지만 2008년부터 시작된 대불황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게 다르다. 대불황 이후,대공황 이후처럼 대번영 시대가 다시 찾아온다는 보장도 없다.
대공황 시절,미국은 부자들에게 유례없이 무거운 세금을 매김으로써 유동성을 활성화시켰고 그로 인해 경기 회복을 이뤘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그러나 2년 전 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주범인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아주 적은 세금을 내고 면죄부를 받았고 1년 뒤에는 162달러의 성과급을 뿌려댔다. 지난해 JP모건은 2년 전에 비해 수익이 2배나 증가한 것을 자축하며 간부와 임원들에게 270억달러를 지급했다.
그들이 마구 뿌려댄 돈은 다름 아닌 중산층의 호주머니와 쌈짓돈을 턴 것이다. 예전에는 내가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이제 신분 상승은 멀게만 느껴진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 등 자본주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들이다. 부의 편중이 심화되면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는 커진다. 상류층을 바라보는 눈에 증오가 가득해진다. '그들을 끌어내리고 싶다'는 욕망이 '나 자신이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보다 커질 때 이 사회는 엄청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려면 역소득세 등 중산층을 육성하기 위한 9가지 대안을 실천하는 데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미국뿐 아니라 한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들과 매우 흡사하다는 공감을 얻게 된다. 나아가 해결방식을 찾는 데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