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시위, 이란서 유혈사태

[0730]중동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요구 시위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이란에서 시위중 경찰발포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사태가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란 개혁진형 웹사이트들은 20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리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강제해산을 시도하던 중 시위자 1명이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전했다.이날 테헤란의 발리 아스르광장과 국영방송 IRIB 앞에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여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시위 도중 1명이 테헤란 중심가 하프트 티르 광장에서 산탄총에 맞아 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이란 개혁파는 지난 14일 시위 중 숨진 2명에 대한 추모식을 이날 진행할 예정이었다.반면 이란 정부는 어떤 형태의 집회도 허용치 않겠다며 테헤란 시내에 경찰과 병력 등을 증강 배치하고 시위 원천 봉쇄를 선언해 충돌이 예상됐다.

이란 개혁파는 2009년 대통령 선거가 부정으로 치러졌다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대통령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후 간헐적으로 시위를 이어오다 최근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시민혁명이 성공하자 반정부 시위를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한편 반정부 시위대를 이끌었다는 이유로 보안군에 체포돼 일시 구금됐던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딸 파에제 하셰미는 이날 오후 풀려났다.IRNA 통신은 “전직 의원이자 여성스포츠 단체 수장이던 하셰미가 정부에 적대하는 고위급 인물 중 한명으로 2009년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여러 차례 체포됐다”고 전했다.

바레인 정부는 시위대의 광장 집회를 전격 허용하고 야권과 대화에 착수하는 등 시위에 대해 온건하게 대응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바레인 정부는 지난 19일 수도 마나마 진주광장에 주둔해 있던 군 병력과 탱크들을 철수시키고 시위대의 진입을 허용하는 한편 야권과의 대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레인 정부의 이 같은 온건 기조는 강경 대응을 자제하고 시민들의 권리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 미국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바레인 노동총연맹도 총파업을 일시 중단하고 21일부터 업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바레인은 전체 인구 75만명(외국인 노동자 포함 인구는 130만명)의 70%가 시아파지만 수니파인 알-칼리파 가문이 40년 가까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어 시아파의 불만이 높은 실정이다.예멘 정부도 이날 야권에 시위 사태 수습을 위해 대화를 제안했다.알리 압둘라 살레 에멘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사태 수습을 위한 최선책은 대화라며 “야권과 협상을 벌여 요구가 정당하다면 들어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이는 살레 대통령이 최근 소요사태가 국가 불안을 조장함으로써 권력을 잡으려는 외부세력의 시도라고 주장하며 강경 진압 방침을 시사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하지만 6개 그룹으로 구성된 야권 연합체는 정부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며 정부의 대화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1000여명의 반정부 시위대는 사나대학 인근에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갔다.AFP통신은 “살레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남성이 반 정부 시위대를 향해 소총을 쏴 여러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도 확산 중이다.AP통신은 리비아 전국 6개 도시로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최소 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입헌군주국인 모로코에서도 수도 라바트에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여 왕권 제한과 정치 개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한편 미국은 중동지역의 반정부 시위에 대한 무력 진압을 비난하고 나섰다.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20일 NBC방송에 출연해 “리비아 군이 평화적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는 보도에 대해 미국 정부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 며 “평화적 시위는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