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글로벌 IT이야기] 다시 보는 잡스의 스탠퍼드 졸업식 연설…"배고픈 상태, 어리석은 상태로 남아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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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대한민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과 의사들의 말을 근거로 잡스가 6개월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쓴 미국 주간지 기사를 그대로 전했습니다. 독자들은 "믿을 수 없는 기사를 여과없이 전달했다"며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잡스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이폰이 나온 지 어느덧 4년이 다 돼 갑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발매 이후 2년반이 지나서야 아이폰을 도입했죠.그 바람에 작년에는 "아이폰 쇼크"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이동통신과 휴대폰 시장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천국"이니 "윈도 천국"이니 하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우리한테는 잡스에 대한 생각이 미국보다 오히려 남다를 수도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어떤 사람인가? 잡스에 대해 깊이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습니다. 애플이 왜 강한지 아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잡스를 아는 사람들은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을 보라고 권합니다. 잡스는 이 연설을 통해 가슴 깊이 묻어뒀던 세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애플을 이해하려면 잡스가 작년 6월 월스트리트저널 행사에서 설명한 내용도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탠퍼드 졸업식 연설 첫 번째 이야기는 출생과 입양,대학 중퇴 등에 관한 것입니다. 잡스의 생모는 미혼의 대학원생이었습니다. 생부는 시리아계 대학원생인데 잡스는 생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잡스는 태어나자마자 노동자 계층 가정에 입양됐습니다. 리즈 칼리지를 한 학기만 다니고 중퇴한 것은 부모님이 평생 모은 돈을 학비로 대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잡스는 18개월 동안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서체학 강좌 등을 들었습니다. 돈이 없어 콜라병을 모아 팔기도 했고 공짜 밥을 얻어먹으려고 일요일 저녁마다 7마일을 걷기도 했습니다. 잡스는 호기심과 직관대로 살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 서체학 강의실에서 배운 걸 활용했습니다. 잡스는 젊은 시절의 점이 언젠가는 연결된다며 확신을 가지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사랑과 상실에 관한 것입니다. 잡스는 스무 살 때 애플을 창업했고 스물아홉 살 때 매킨토시를 개발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영입한 사람에 의해 이듬해 애플에서 쫓겨났습니다. 도망갈까 생각도 했지만 일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넥스트를 설립했죠.이 회사를 애플에 팔고 1997년 애플에 복귀했습니다. 넥스트에서 쌓은 기술이 애플 르네상스의 기반이 됐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죽음에 관한 것입니다. 잡스는 열일곱 살 때부터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오늘이 마지막 날"이란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2004년에는 췌장암에 걸려 3~6개월밖에 못 산다는 말을 들었으나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잡스는 졸업생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제한돼 있다며 "배고픈 상태로 남아 있으라,어리석은 상태로 남아 있으라"고 당부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잡스는 1997년 애플에 복귀해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로 '아이(i)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음악산업에 이어 모바일산업과 미디어산업을 혁신할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애플은 어떤 기업이기에 이런 게 가능할까요? 잡스는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 주최로 열린 'D8 콘퍼런스'에서 테크놀로지 전문 대기자인 월트 모스버그,카라 스위서와 대담하면서 핵심을 밝혔습니다. "애플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협업하는 기업입니다. 애플에 위원회가 몇 개 있는 줄 아세요. 제로입니다. 우리 조직은 스타트업(신생기업)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입니다.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다같이 모여 토론합니다. 경영진은 대단한 팀워크를 발휘합니다. " 믿기지 않는 최고경영자에 믿기지 않는 기업문화….스티브 잡스와 애플은 두고두고 연구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