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이런 증상 이런 처방) 목 쭈~욱 빼고 고개 푹 숙이고…나쁜자세 인터넷 습관 '척추' 잡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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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관협착증과 목디스크
초기엔 어깨·팔부터 통증…심하면 척수 손상 팔·다리 마비
눌린 부위마다 통증도 다양
과거에는 힘든 노동과 잘못된 학습자세로 목 · 허리 등에 퇴행성 척추질환이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스마트폰 태블릿PC 열풍으로 이들 정보기술(IT)기기를 장시간 나쁜 자세로 사용하거나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찾아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노화로 인해 척수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척추관이 좁아지는 퇴행성 척추관협착증도 인구 고령화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어깨를 움츠리고 목을 쭉 내밀며 고개를 숙인 나쁜 자세로 최신 IT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면 목과 어깨 근육이 뭉치고 목이 뻣뻣해지기 쉽다. 이런 증상이 오랫동안 반복되면 목에 많은 하중이 전달돼 목디스크가 올 수 있다. 목디스크는 초기에는 목이 아닌 어깨나 팔 부위에 먼저 통증이 나타나 목디스크인지 모르고 지나치다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척수가 손상돼 팔다리의 힘이 약해지거나 마비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눌린 신경부위에 따라 허리와 다리에 다른 양상의 통증을 일으킨다. 허리통증보다 다리통증이 더 심한 양상을 띠는데 다리 부위별로 무감각과 통증,저림,근력약화가 온다. 나중에는 다리쪽 신경으로 가는 혈관이 막히고 붓고 신경통로가 눌리거나 마비돼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관 내측이 좁아진 중심성 협착과 척추관 중심부에서 외측으로 신경근이 나오는 통로 입구가 좁아진 외측함요부 협착으로 나뉜다. 중심성 협착은 고령 환자에게 주로 나타나며 여러 척추 분절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허리 통증은 점차 감소하지만 다리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은 서서히 진행되며 앉거나 쪼그리는 자세에서 통증이 줄어드는 형태를 보인다. 신경이 심하게 압박되면 이를 풀어주는 감압술을 해야 할 경우가 있다.
외측함요부 협착은 중년기에 주로 나타나며 평소 간헐적인 요통이 있다가 갑작스런 다리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한쪽 다리에서 통증을 보이지만 양측에 나타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은 "척추관의 형태가 원형에 가까울 경우 가장 외측함요부 협착이 적고 세잎 클로버처럼 삼엽형 형태에서 가장 협착이 잘 일어나며 삼각형 형태는 그 중간"이라며 "눌린 신경과 반대편 신경의 감압을 같이 시행하게 되며 시술 시 척추 후관절이나 관절막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의사의 숙련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추간공협착증은 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척추 마디와 마디 사이가 좁아지거나 덧자란 뼈로 인해 신경이 몸의 각 기관으로 빠져 나가는 통로인 추간공이 막힌 경우다. 중심성 척추관 협착증에 비해 발견하기 까다롭고 빈도가 낮아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크게 상하협착 · 전후협착 · 단추구멍협착 등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상하협착은 디스크가 닳아 척추체가 찌그러들면서 골극(퇴행에 의해 뾰쪽 튀어나온 가시모양의 조직),디스크,인대가 신경 통로를 막아서 생긴다. 제5요추와 천추 사이에 많이 발생하며 가장 비중이 높다. 전후협착은 척추관절염으로 척추 후관절이 커져 신경통로를 막아서 생긴다. 상하협착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단추구멍협착은 상하협착과 전후협착이 동시에 생겨 신경통로 앞 · 뒤 · 위 · 아래가 다 막힌 것으로 상하협착의 6분의 1 정도다. 이 밖에 60대 이후에 나타나는 퇴행성 전방전위증(척추가 앞으로 밀려나감),퇴행성 척추측만증(허리가 좌우 또는 전후로 크게 휨)으로 척추측만증이 올 수 있다. 둘 다 척추의 구조적 이상에 따른 것이므로 유합술 · 감압술 · 고정술 등이 필요하다.
목디스크는 초기 증상일 경우 자세교정 및 운동 · 물리요법,약물요법으로 치료한다. 증상이 보다 심하거나 급성인 경우 수술에 앞서 '비수술적 플라즈마 처치술'을 고려할 만하다. 이 치료는 반원형의 방사선 촬영장비(C-Arm)로 환부를 관찰하면서 기도와 식도,신경을 피해서 증상을 일으킨 목디스크까지 아주 가느다란 주사바늘(probe)을 삽입한 다음 이 주사바늘 속으로 더 가느다란 주사바늘을 넣어 플라즈마 고주파를 발사함으로써 손상된 디스크를 녹이고 다듬는 방법이다. 배중한 군포병원 소장은 "환자의 상태와 증상에 따라 고주파 강도를 조절함으로써 최상의 치료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시술한 다음 날 퇴원이 가능하고 사무 운전 샤워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술엔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세연통증클리닉은 지난해 12월부터 허리통증 치료에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을 도입했다. 이로써 기존 꼬리뼈 내시경을 이용한 신경성형술보다 더 나은 치료효과를 얻고 있다. 이 치료는 지름 1㎜의 초소형 내시경과 레이저를 탑재한 첨단 카테터를 튀어나온 디스크 부위까지 삽입해 제거한다. 그동안 이 클리닉에선 지름 1㎜의 초소형 내시경을 꼬리뼈로 집어넣어 척추신경을 싸고 있는 경막의 바깥공간을 통해 디스크가 탈출해 신경을 압박하는 부위까지 접근,육안으로 해당부위를 확인하고 소염제 국소마취제 유착방지제 등의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을 썼다. 이를 통해 신경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유착을 풀어주는 효과를 얻었다. 새 치료는 레이저를 추가함으로써 인대나 디스크 등 보다 넓은 부위를 직접 제거하거나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고, 치료가 어려운 신경근 주위의 유착까지 쉽게 풀 수 있으며, 합병증의 발생도 더 줄어드는 게 장점이다.
이 클리닉의 최봉춘 원장은 "최근 허리통증이 있고 신경 주위가 유착된 34명을 대상으로 임상연구한 결과 시술한 지 8주 후에 29명(85.3%)으로부터 통증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며 "그동안 비수술적 내시경 치료는 척추질환 초기 환자에게 주로 적용돼왔으나 이번에 레이저 기기가 결합되면서 급성과 만성,중증 환자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