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지방 유통株, PER 5배 내외 거래

지방에 기반을 둔 유통기업들의 주식이 증시에서 소외되고 있다.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이 거의 없는데다 성장 동력을 찾기도 힘들어서다. 하지만 자산이 많고 실적도 안정적이어서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아 투자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화타임월드 PER 5배…대구백화점·광주신세계는 7배 미만한화타임월드는 21일 작년 한해 31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2009년과 견줘 23.1% 성장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13%와 48.3% 증가한 1231억원과 257억원에 이르렀다.

실적이 이처럼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이 회사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들어 단 사흘 오르고 나머지는 약세를 보이거나 제자리 걸음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고점 대비 9% 가량 주가가 밀린 상태다.

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로 보면 채 5배에 못미친다. 시장 평균인 10배 내외는 물론, 동종업계인 롯데쇼핑과 신세계의 약 12배와 견줘도 크게 싼편이다. 다른 지방 중소 유통주도 사정이 비슷하다. 3월 결산법인인 대구백화점의 경우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212억원의 영업이익과 18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연간 순이익을 200억원으로만 잡아도 PER이 7배 미만이다. 광주신세계 또한 PER이 6.8배 가량이다.

◆"인플레 시대 투자대안"

지방 유통주, 그 중에서도 지방 백화점 주식이 크게 저평가 돼 있는 것은 무엇보다 거래가 없는 탓이 크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한화타임월드의 경우 이달 들어 하루 거래량이 1만주를 넘은 날은 단 이틀 뿐이다. 전체 주식수 600만주 중 0.1% 가량이 매일 거래된다는 얘기다.주가가 20만원에 육박하는 광주신세계는 이달 들어 하루 수 백주만 거래된 날도 사흘이나 된다. 사실상 주식 유통이 거의 안 되고 있는 셈이다.

거래가 부진하다보니 실적이 아무리 뒷받침돼도 기관 투자자와 같은 '큰손'은 지방 백화점 주식을 사기가 부담스럽다. 사고 싶을 때 사고 팔고 싶을 때 팔수가 없어서다. 유동성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주식을 쪼개는 액면분할이나 주식수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무상증자 등이 필요한 이유다.

업황 자체에 대한 우려도 디스카운트(할인) 요인으로 꼽힌다. 대구백화점이 있는 대구는 상권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위축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다 조만간 롯데ㆍ신세계ㆍ현대 등 백화점 '3인방'이 모두 출점할 예정이다. 파이는 작아지고 있는데 나눠먹을 사람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이지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운 날씨 등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 백화점의 실적이 워낙 좋게 나왔기 때문에 올해는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며 "지방 백화점은 지역적 한계 때문에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도 어려워 성장성에 대한 우려는 더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러 주가할인 요인에도 불구, 투자매력이 부각될 여지는 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방 백화점의 보유자산이 시가총액과 견줘 상당해 인플레이션 시대에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자산이 대주주의 배만 불리는 게 아니라 소액주주의 이익을 위해 활용될 것이란 확신만 투자자들에게 심어 줘도 저평가의 상당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A(인수ㆍ합병) 이슈도 지방 백화점 주가에 늘 영향을 준다. 손윤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이 중장기적으로 롯데미도파를 합병한다면 주가 모멘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2000억~3000억원에 이르는 합병 비용 탓에 당장 합병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이 연구원은 "지방 백화점은 지역 상인과의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노조 문제 등과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M&A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M&A가 꼭 불가능한 것도 아니어서 관련 이슈를 주시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