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빚 두고만 볼건가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2010년 4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등에 의한 외상구매를 뜻하는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보다 25조3000억원 늘어난 795조4000억원을 기록, 가계 빚이 무려 800조원에 육박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가계 빚 증가의 주범으로 나타났다. 주택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금리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게 분명한 만큼 자칫 대형 가계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는 정말 걱정스럽다. 지난해 1분기 4조6100억원, 2분기 8조1300억원에서 3분기 5조4500억원으로 다소 증가폭이 주춤해지는가 싶더니 4분기에는 무려 10조6000억원 늘어나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분기별 증가액으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완화된데다 은행들의 대대적인 대출 판촉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식품 유가 원자재를 포함, 전방위적인 물가급등으로 한국은행이 조만간 추가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금리는 오르는데 주택담보대출은 늘어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만 연간 18조원이 늘어난다고 한다. 주택대출발(發) 연쇄적인 가계부실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가계대출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급작스런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만기와 상환조건 등 주택담보대출 구조에 대한 전면 개편이 필요하고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시한폭탄과 다름없는 가계 빚을 지금 같은 추세로 계속 부풀려지도록 방치해서는 결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