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창출 산실 안국포럼 '뿔뿔이'
입력
수정
정두언-이재오 개헌 갈등안국포럼은 명실상부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산실이었다. 안국포럼은 2006년 7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서 물러나 서울 조계사 앞 견지동의 한 건물에 사무실을 열면서 붙인 이름이다. 이때부터 안국포럼은 대선 전초기지였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상득(SD) 의원,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거물급들이 대선 전략을 짰다. 안국포럼 실무진은 현재 정치권,청와대,정부 요직에 포진해 있다.
국정쇄신 놓고 강ㆍ온파 충돌
대선 승리 목표를 달성했지만 집권 3주년을 맞는 현재 안국포럼은 각자의 정치철학에 따라 사분오열하면서 명맥만 남아 있고 사실상 해체됐다. 정권 출범 직후부터 분열이 표면화됐다. 핵심 멤버인 정두언 의원과 박영준 현 지식경제부 2차관 간 이른바 '권력 사유화' 논란 파문이 터졌다. 2008년 6월 정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간질과 음해,모략의 명수","김현철 박지원 이광재씨를 합쳐 놓은 것보다 더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맹비난하면서 박 차관이 청와대 비서관에서 물러났다. 정 의원과 박 차관은 지난해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을 계기로 또다시 충돌했다.
2009년에는 SD의 2선 후퇴와 '조기 전대론'을 놓고 안국포럼은 강 · 온파로 갈라졌다. 정 의원은 정권 초기 SD를 정면으로 겨냥한 '55인의 난'을 시작으로 한나라당 전당대회 등을 거치면서 현 정권과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
정권 중반에 접어들면서 SD 측과 정 의원 측의 파워게임에서 정 의원 측이 밀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지난해 7 · 14 전당대회를 계기로 정 의원과 SD계인 김대식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충돌하면서 정치권에서는 두 진영의 사이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SD 측은 정 의원 측에 '배은망덕한 사람들'이라고 비판했고,정 의원 측은 SD 측에 '권력 남용으로 정권을 망치고 있다'고 맞서 서로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국정쇄신을 놓고 정태근 김용태 의원 등 강경파와 강승규 조해진 김영우 의원 등 온건파가 부딪쳤다.
최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개헌 논란에서는 정 의원 측과 이재오 측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김영우 강승규 의원 등 친이 직계 의원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개헌 논의를 주도해 나가고 있는 반면 정 의원은 개헌 논의가 실현 가능성 없이 계파 간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강만수 위원장과 정 의원은 지난해 감세 문제를 놓고 부딪쳤다.
홍영식/구동회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