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 포럼] "고용보험 사각지대 축소…일하는 복지로 패러다임 바꿀 것"

토론내용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듣는다

여성고용률 50% 안팎…선진국보다 10~15%P 낮아
서둘러 대책 마련해야

IT 쓸만한 사람 없어 인력난…정부 첨단기술 인력 양성
고용 미스매치 해소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강연'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수그러들면서 국내 민간부분 취업자가 증가세이고 상용직이 늘어나는 등 고용회복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그러나 "고용률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해 국민이 느끼는 일자리 고통이 여전한 만큼 '일자리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3주년(25일)과 장관 취임 6개월(31일)에 즈음해 마련된 포럼에서 박 장관은 이날 '공정사회와 고용노동정책'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고용창출이 제1의 정책 목표이며 노사정위원회가 최근 논란이 되는 사내하도급과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다음 달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일자리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로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난 3년 동안 연평균 고용실적이 13만4000개다. 올해 28만개가 목표인데 5년 평균 20만개를 못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권에 비해 낮은 실적이다.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과 산업정책 등 고용부에서 건드리기 어려운 부분까지 아우르는 고용문제 해법이 나와야 한다. 지난해 10월 부처 합동으로 '국가고용전략'을 발표할 때의 문제의식이 지방선거 이후로 사라진 것 같다.

▼박 장관저조한 고용실적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감안해 달라.국가고용 전략을 보면 서비스산업 선진화와 각종 규제개혁 등 산업정책 관점에서 필요한 부분들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책 추진의 초점에서 멀어졌다는 점은 받아들인다. 앞으로 이 부분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고용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보기술(IT) 분야는 지원자가 많지만 쓸 만한 사람이 없어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하지만 고용부의 인력양성 제도를 살펴보면 아직도 단순 기능직 양성에 머물러 있다. 관례적인 교육방법으로는 고도화된 기술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키울 수 없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 난립을 방치해 대학진학률이 82%에 달하는데 이들은 금융,공기업,대기업 등 소위 폼나는 일자리를 선호한다. 이들 중 문화 · 콘텐츠 서비스산업은 규제를 과감히 없애 고용창출을 유도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 업종을 보면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IT 분야의 맞춤형 인력육성을 위한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박 장관인력양성 시스템이 낙후돼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개선하겠다. 올해부터 정부와 대학이 함께 운영하는 청년취업아카데미 40곳이 문을 여는데 이 점을 반영토록 하겠다.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바뀌면서 고용정책을 총괄하고 있는데 개별부처 하나보다는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중소기업청은 물론 보건복지부와 교과부 등 사회 · 경제부처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현정택 인하대 교수

우리나라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거의 유일한 대안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여성고용률은 50% 안팎이다. 선진국보다 10~15%포인트 낮고 가장 낮은 수준인 일본보다도 5%포인트 낮다.

▼박 장관

현재 여성고용률이 전체 고용률(63.3%)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고용부가 올해 장시간근로관행 개선과 시간제근로 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도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50대 후반 이후 고령자와 능력계발 중인 청년들이 시간제 근로에 참여하면 고용률이 독일,네덜란드 수준인 70%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원덕 삼성경제연구소 고문

1980~1990년대의 노사관계는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됐다. 2011년부터는 대립과 갈등의 아젠다를 탈피해야 고용 창출과 질적으로 우수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직업능력개발,산업안전 등 노사 대타협을 통한 새로운 아젠다 설정이 필요하다.

▼서혜석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

발상의 전환은 소통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청와대는 신년이면 으레 정재계와 회동을 하는데 노동계와도 같은 기회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박 장관

이 같은 변화의 원동력은 현장의 근로자들이 갖고 있는 인식이 바뀌면서 생겨난 것 같다. 고용부도 교통사고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연간 11조8000억원)보다 산업재해 손실(17조3000억원)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최근 10년간 0.7%대에 머물러온 산업재해율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이번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사회를 위해 노동계와 보다 자주 만나고 의견을 경청하겠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공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국민으로부터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노사관계와 관련해 '공정지수'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점수를 내서 객관화하고 이를 점진적 프로세스를 통해 높여가야 한다.

▼박 장관

공정지수를 만들자는 것은 좋은 의견이다. 현재 여성,장애인,비정규직 등의 분야에서 비슷한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를 강화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최근의 무상복지 논쟁과 관련해 노동 없는 복지는 근거가 약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고용노동분야의 복지제도인 고용보험,의료보험,국민연금 등은 외국과 달리 사업장의 정규직 단위로 설계돼 있다. 취약층을 보호하기 위한 복지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고용보험 가입률이 40%에 불과하다.

▼박 장관최근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내서 자영업자의 임의가입을 허용했다. 특수고용 형태 근로자 중에서도 일부 가입을 받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중 취업대상자를 확대하고 자활지원계획 미 이행 시 복지혜택을 차감할 방침이다. 또한 탈수급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의 일정한 지원 등도 검토하고 있다.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