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사태 수습 고비] 금융위원장 직접 나섰지만 예금인출 못 막아

당국 '뱅크런 저지' 총력전
부산 예금자 새벽부터 줄 서
중앙회 긴급자금 지원
새누리, 300억원 유상증자
저축은행들이 몰려 있는 부산 중앙로는 연일 몰려드는 인파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인 부산저축은행이 지난 17일 영업정지를 당하자 계열사인 부산2은행과 나머지 10곳의 저축은행에 1만명 이상의 예금자들이 몰려들었고,부산2저축은행마저 19일 영업이 정지되면서 현지 시민들의 불안심리는 극에 달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1일 급거 부산을 찾은 것도 이 지역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불안심리 해소를 위한 당국의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부산은 물론 전국적으로 잇따른 저축은행 영업정지의 여진이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만 진정세, 나머지는 인출액 증가

부산 · 부산2저축은행의 수신 규모는 작년 말 기준 6조4587억원이다. 부산지역 전체 저축은행 총수신(12조2000억원)중 53.52%에 달할 정도로 크다. 이들 저축은행이 잇따라 문을 닫은 것을 본 부산 시민들은 문을 연 다른 저축은행으로 달려갔다.

부산 부전동의 우리저축은행 본점엔 예금자들이 이날 새벽 3시부터 줄을 서 오전 9시께엔 1000여명 가까이 불어났다. 서로 먼저 돈을 찾겠다며 소동이 벌어졌다. 우리저축은행에서는 이날 약 50억원이 인출됐다. 지난 18일 341억원의 약 6분의 1 수준이다. 오전 11시30분께 이 은행을 찾은 김 위원장은 "예금인출이 없으면 영업정지가 없을 것"이라며 고객들을 직접 설득했다. 우리저축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으로 분류돼 있지만 2013년 6월 말까지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돼 문제가 없는 곳이라는 게 금융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리저축은행은 이날 오전 경남은행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1곳을 넘기는 조건으로 500억원을 긴급수혈받기로 해 약 10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부산솔로몬 부산HK 토마토2 등 나머지 9개 저축은행의 인출액은 줄지 않았다. 은행별 인출액은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200억원에 이르렀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까지 부산의 10개 저축은행의 예금 인출액은 약 9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우리저축은행의 인출이 대폭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는 거의 둔화되지 않은 셈이다.

◆중앙회,도민 · 우리에 600억원 지원자기자본비율 5% 미만으로 분류된 나머지 3곳인 도민 · 새누리 · 예쓰 등 3곳의 상황은 불투명하다. 감독원이 도민과 새누리에 직접 간부급을 파견, 예금자들의 불안심리 해소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새누리저축은행에서는 지난 18일과 비슷한 수준(180억원)의 예금이 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적기시정조치 유예 대상'이라며 실제로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당국의 호소도 예금 인출을 막지 못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22일 3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

춘천의 도민저축은행에는 오전에 평소보다 3배 정도 많은 예금자들이 찾아 앞으로 하루이틀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장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예금 인출이 무시 못할 정도로 이뤄지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우리와 도민저축은행이 예금 인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총 617억원을 긴급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다른 저축은행들도 여진 지속자기자본비율 5% 이상으로 분류된 94개 중 85개 저축은행(부산 9곳 제외)의 예금인출 동향은 따로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오후 4시까지 전국 105개 저축은행 가운데 영업정지된 7곳을 제외한 98개 저축은행의 예금인출액은 49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14일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첫날 7000억여원이던 예금인출액이 사흘째엔 2800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많은 액수라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오늘만 넘기면 대규모 인출사태에 대한 우려가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내일까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류시훈/이상은/안대규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