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스승의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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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길로 이끌되 강제로 끌어당기지 않고,세게 다그치되 짓눌리지 않게 하고,문을 열어주되 끝까지 데리고 가지 않는다. 이끌되 당기지 않으니 부딪침이 없고,다그치되 짓누르지 않으니 어려움이 없고,열어주되 끝까지 데리고 가지 않으니 스스로 사고하지 않을 수 없다. '
예기(禮記) 학기(學記)편에 나오는 가르침의 도리다. 좋은 스승이 되자면 또 제자들의 개인별 특성을 잘 파악한 다음 그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고 돼 있다. 같은 걸 배워도 아는 게 너무 많아 문제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 적어 탈인 사람도 있고,공부를 너무 쉽게 생각해 일을 그르치는 사람이 있는 한편 너무 어렵게 생각해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가르치는 일은 어렵다. 많이 알거나 유명하다고 잘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식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배우는 이들이 잘 따라와 주는 것도 아니다. 대학 교수는 더더욱 그런 것처럼 보인다. 가르치는 일에 진력하려면 연구나 바깥 활동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러다 보면 자칫 무능한 교수로 낙인 찍히기 쉽다는 것이다. 때문에 교육 및 학생 지도보다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각종 대외 활동에 신경 쓰는 교수들이 생겨난다고 한다.
예체능의 경우엔 더한 모양이다. 성악가로 방송 출연까지 해 유명해진 서울대 음대 교수가 제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고가의 선물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수험생 딸을 위해 실기시험장을 빌려 연습시켰다는 제보까지 나왔다.
무엇보다 '폭력을 행사한 건 맞지만 나도 그렇게 배워 당연한 줄 알았다'는 해명 앞에선 어안이 벙벙하다. 설사 그런 부분이 있었다 해도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했다는 것 자체로 비난받아 마땅할 텐데 같은 스승에게 배운 동문들이 '그런 일 없었다'는 성명을 내놓은 걸 보면 자기 살자고 고인이 된 스승까지 모독한 셈이다. 사랑의 매인지 폭력 내지 보복성 매인지는 맞는 사람이 더 잘 안다. 예체능 분야에서 비슷한 일이 끊이지 않는 데 대해 흔히 도제식 교육 때문이라지만 실은 주관식 평가와 해당 분야의 활동 기회를 그들이 쥐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 교수의 경우 공연과 방송 출연에 따른 유명도가 그같은 권력을 한층 강화시켜 줬는지 모른다. 학생들이 원하는 건 실력과 인격,사랑을 함께 지닌 스승일 것이다. 차제에 교수 평가방법도 바뀌었으면 싶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예기(禮記) 학기(學記)편에 나오는 가르침의 도리다. 좋은 스승이 되자면 또 제자들의 개인별 특성을 잘 파악한 다음 그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고 돼 있다. 같은 걸 배워도 아는 게 너무 많아 문제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 적어 탈인 사람도 있고,공부를 너무 쉽게 생각해 일을 그르치는 사람이 있는 한편 너무 어렵게 생각해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가르치는 일은 어렵다. 많이 알거나 유명하다고 잘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식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배우는 이들이 잘 따라와 주는 것도 아니다. 대학 교수는 더더욱 그런 것처럼 보인다. 가르치는 일에 진력하려면 연구나 바깥 활동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러다 보면 자칫 무능한 교수로 낙인 찍히기 쉽다는 것이다. 때문에 교육 및 학생 지도보다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각종 대외 활동에 신경 쓰는 교수들이 생겨난다고 한다.
예체능의 경우엔 더한 모양이다. 성악가로 방송 출연까지 해 유명해진 서울대 음대 교수가 제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고가의 선물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수험생 딸을 위해 실기시험장을 빌려 연습시켰다는 제보까지 나왔다.
무엇보다 '폭력을 행사한 건 맞지만 나도 그렇게 배워 당연한 줄 알았다'는 해명 앞에선 어안이 벙벙하다. 설사 그런 부분이 있었다 해도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했다는 것 자체로 비난받아 마땅할 텐데 같은 스승에게 배운 동문들이 '그런 일 없었다'는 성명을 내놓은 걸 보면 자기 살자고 고인이 된 스승까지 모독한 셈이다. 사랑의 매인지 폭력 내지 보복성 매인지는 맞는 사람이 더 잘 안다. 예체능 분야에서 비슷한 일이 끊이지 않는 데 대해 흔히 도제식 교육 때문이라지만 실은 주관식 평가와 해당 분야의 활동 기회를 그들이 쥐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 교수의 경우 공연과 방송 출연에 따른 유명도가 그같은 권력을 한층 강화시켜 줬는지 모른다. 학생들이 원하는 건 실력과 인격,사랑을 함께 지닌 스승일 것이다. 차제에 교수 평가방법도 바뀌었으면 싶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