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準전시' 상황] 한미파슨스, 철수 준비…현대ㆍ대우건설, 24시간 비상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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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비상대책리비아 진출 국내 기업들은 사태가 악화될 경우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외교 관계도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시위 사태로 인한 피해가 본격화하고 있어 충격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현대 · 대우 등 주요 건설사들은 비상대책반을 가동,현지와 24시간 연락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정부, 신속대응팀 현지 급파
교민·근로자 안전지대 대피
건설현장 완전 철수는 '아직'
◆정부,교민 보호 비상체제 가동정부는 21일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신속대응팀을 리비아에 급파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철저한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트리폴리나 벵가지에 마련된 건설현장 캠프 중 안전한 곳을 대피소로 골라 현지 교민들이나 근로자들을 이동토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리비아 동부지역 등에서 일부 교민을 철수시키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외교통상부는 현재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서울에 와 있는 조대식 주리비아 대사를 현지에 복귀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소요사태가 확산됨에 따라 리비아 전역에 대해 여행경보 3단계(여행제한)를 발령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필요하면 재외공관 직원들을 중동에 이동 배치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공사 현장 난입은 중앙정부에 불만이 있는 집 없는 주민에 의해 간헐적으로 이뤄졌지만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면서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안전시설로 대피,완전철수는 '아직'
리비아 진출 국내 기업들은 건설업체가 대부분이다. 총 24개사가 진출해 있으며 한국인 근로자는 1343명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신한 한미파슨스 한일건설 등이 53건의 공사를 진행 중이다. 건설업은 특성상 현장에서 멀어지면 감독과 관리가 되지 않아 공사 진척이 어려워진다. 비록 불가항력적인 사태가 벌어졌다고 해도 납기를 못 맞추면 기업 신뢰도에 손상이 가게 마련이다.
건설관리(CM) 업체인 한미파슨스는 철수를 준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20일 저녁 현지 사무소에 강도들이 침입, 재산상 피해가 생기긴 했지만 직원 인명 피해는 다행히 없었다"면서도 "리비아 사태가 악화되고 있어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의 시공은 중국 회사가 맡고 있고 한미파슨스는 건설관리를 담당하고 있어 한국으로 완전 철수는 어렵다"며 "인근 국가로 피해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리비아에서 가장 활발하게 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우건설은 직원 180명 정도가 나가 있다. 정직원 100명,기능직 80명이다. 대우건설 측은 "직원들을 대피시킬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비상상황실을 설치해 본격 가동키로 했다. ◆현지 업체,인명피해 방지 주력
현대건설은 벵가지시 송전선 현장을 습격받아 직원과 가족 등 18명이 인근 대우건설 화력발전소 내 안전시설로 대피한 만큼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영업본부에 비상대책반을 설치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달과 지난 17일 일어난 데르나시 주택건설 현장(원건설 시공) 습격 사건과 이번 침입 사건은 다르다고 보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최근 몇 달 사이 습격 사건은 현지 빈곤층이 완공이 다 돼가는 아파트를 점유하려는 데서 출발한 반면 지금은 반정부 시위를 틈탄 약탈행위와 인명살상으로 번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규호/조성근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