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 전문가 심층진단] 스마트폰 '열풍'에 수익성 개선…서비스 플랫폼 사업자 변신중

요금 인하 압박에도 매출 年 6.8%씩 성장
SK텔레콤은 지난 5년간 매출이 연평균 6.8%씩 증가했다. 해마다 요금인하 압박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나쁜 성적표가 아니다. 해외 기업과 비교해 보더라도 이 같은 외형성장 속도는 만족할 만하다. 미국의 AT&T나 버라이즌 같은 기업이 같은 기간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보다 먼저 스마트폰 성장의 수혜를 입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SK텔레콤의 성장률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실망스런 수익성이다. 5년 동안 영업이익은 연평균 5.2%씩 하락했다. 과열경쟁과 이에 따른 마케팅비용 증가가 이유다. 이 기간 SK텔레콤의 마케팅비용은 연평균 13.7% 늘었다. 2005년 1조7500억원이던 마케팅비용이 2010년에는 3조3200억원으로 두 배가량 불어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가가 좋을 리 없다. 5년 전 18만원이었던 주가가 지금은 16만원 안팎을 맴돌고 있다. 지난 5년간 SK텔레콤의 실적은 한마디로 '높은 매출 증가와 마케팅비용 급증에 따른 실망스러운 수익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향후 실적도 지난 5년과 비슷한 형태로 흘러갈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변화하는 통신환경최근 스마트폰 열풍이 뜨겁다. 2009년 말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1.8%였지만,단 1년 만에 14.2%로 높아졌다. 올 연말에는 40%에 육박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혁명'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다. 태블릿 PC의 성장세에 대한 기대도 높다.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는 SK텔레콤을 포함한 통신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증가할수록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향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미 확인됐다.

반면 스마트폰 가입자를 늘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일반 휴대폰보다 싸다. 마케팅비용 부담도 일반 휴대폰이 대세이던 시절에 비하면 훨씬 적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매분기 250만명 안팎의 신규 가입자를 모았다. 소요된 모집비용(수수료)은 △상반기 5500억원 △3분기 4600억원 △4분기 3800억원 선이었다. 스마트폰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지출된 마케팅비용 부담이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가입자가 늘어나면 ARPU가 증가하고,마케팅비가 감소하면 수익성이 좋아지게 된다. ◆망(網) 사업자로서의 한계를 넘어

올해는 SK텔레콤이 통신망 사업자에서 벗어나는 실질적인 원년이 될 전망이다. 최근 SK텔레콤이 강조하고 있는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신'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 SK텔레콤이 망(網) 사업자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어 경쟁력을 갖추려면 다양한 서비스 제휴가 필수적이다. 유통 쇼핑 교통 교육 금융 광고 미디어회사들이 주요 제휴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추진 중인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신은 기업과 정부 및 공공기관 공략을 통해 성장성을 제고하려는 구상과도 일맥상통한다. SK텔레콤의 서비스는 그동안 개인에게 집중돼 있었다. 기업과 정부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 영역 확충은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통신 3사가 기업과 기업 간(B2B) 및 기업과 정부 간(B2G)에 제공하는 서비스는 빠르게 성장단계로 진입 중이다. 실례로 국내 모바일 오피스 시장은 앞으로 5년 동안 연평균 16.5%씩 고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U시티(스마트시티),텔레매틱스 등 다양한 사업의 성장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B2B와 B2G 부문의 확대는 수익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업 · 정부 · 공공기관 고객의 ARPU는 개인보다 급격하게 증가하고,해지율은 훨씬 낮은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B2B와 B2G 부문이 급성장하려면 통신을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솔루션 개발능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B2B와 B2G 부문의 성장을 통해 정체됐던 매출을 급성장시킨 대표적인 기업이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이다. BT는 영국 국립의료원과 제휴해 세계 최초로 정보통신과 의료시스템을 결합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대기업과 정부 공공기관에서 통신융합서비스 및 인프라 설비수주를 받아 유선시장의 성장 정체를 극복했다. 지금도 BT는 글로벌 서비스 사업부를 통해 유선전화-인터넷전화 간 융합,모바일 오피스 등의 분야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통적 통신영역이 아닌 이 부문이 전체 매출의 41%를 담당하고 있다.

◆매력적인 투자대상

SK텔레콤의 성장 방향은 정부 정책의 큰 흐름과도 잘 맞는다. 정부가 추진 중인 CIT코리아 정책은 '한국의 IT기술에 융합(convergence) 기술을 접목시켜 통신과 다른 산업이 동반성장하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통신서비스 대상을 개인에서 기업으로 확대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이런 흐름을 감안할 때 △강력한 네트워크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 △다양한 서비스 제휴 △경쟁력 있는 솔루션 제공 등이 SK텔레콤 경쟁력 업그레이드의 관건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SK텔레콤은 배당만 놓고 봐도 최상의 투자대상이다. 한 주에 연 9400원의 배당을 주고 있다. 앞으로 수익성 개선이 예상돼 배당금이 줄어들 가능성은 매우 적다. 배당수익률은 6%에 육박한다. 앞서 살펴본 대로 SK텔레콤 성장의 변수가 될 주변환경도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올해 10% 안팎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기업들의 IT부문 투자는 지속될 것이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기업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해 IT부문 경쟁력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자동차 철강 유통 교육 금융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 SK텔레콤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할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는 셈이다.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