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비정규직 노조 임원들 조합비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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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간부 "2000여만원 유흥비 사용"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전(前)간부가 "지난해 공장점거 농성은 금속노조가 배후에서 선동해 울며 겨자 먹기로 했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그는 또 "비정규직 노조임원들이 유흥비 · 복권구입비 등에 조합비 2000여만원을 유용했다"고 고발했다.
21일 현대차 노사 등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조의 전 사무장 최모씨(35)는'경찰 자진출두에 앞서 먼저 비지회 (비정규직 노조 지회) 조합원들에게 사죄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사내 식당에 붙였다. 최씨는 지난해 11월15일부터 25일간 벌어진 울산1공장 점거농성에 대해 "비지회가 상급단체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점거농성을 지속했고,지회장이 중도 사퇴를 결심하기도 했지만 (외부에서) 허락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금속노조와 외부단체 활동가들은 우리를 도와준다는 미명 하에 투쟁을 배후에서 기획 선동, 수많은 조합원들을 해고위기로 내몰았다"고 했다. 그는 "상황이 이런데도 이들은 아무런 피해도,책임도 지지 않은 채 또다시 2차 파업 선동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적었다.
최씨는 "도덕성이 결여된 노조활동이 금속노조와 외부단체 중심으로 끌려다니면서 조합원에게 피해만 돌아가는 현실에 환멸을 느껴 양심선언을 결심했다"고 썼다.
최씨는 또 "지난해 4월부터 임원들이 조합비 통장에서 돈을 임의로 빼내 노래방 유흥비와 복권,사행성 게임장 비용 등으로 사용했고 횡령규모는 2000여만원을 넘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정상적인 회계감사 등 검증절차가 없어 조합비 유용과 횡령이 비일비재했고 일부 임원은 인출해간 돈을 아예 갚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비정규 노조 게시판에는 임원들의 조합비 유용 사실에 분개한 조합원들의 댓글로 넘쳐났다.
이에 대해 비정규 노조 지회는 "이상수 지회장 등 임원들의 조합비 횡령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고 있다"며 "지회의 자주성과 민주성 원칙에 따라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