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準전시' 상황] 중동 건설시장 어떻게 되나…470억弗 시장 수주 위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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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비상대책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에서도 민주화 시위가 확산되면서 한국 건설사들의 중동 건설시장 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리비아 사태의 결말이 어떤 식으로 나든 당분간 신규 발주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중동은 국내 건설사들의 달러 박스다. 작년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 수주액은 716억달러로 이 중 66%인 472억5000만달러를 중동에서 따냈다. 현재 중동 20개 국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는 모두 308개사다. 이들 업체가 수주해 공사를 준비 중이거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402건에 1379억달러(공사잔액 기준)에 이른다.리비아는 북아프리카 시장에서 신규 발주가 가장 활발한데다 한국 건설사들의 북아프리카 시장 공략 전진기지여서 해외 수주시장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동시장 건설 수주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신규 수주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은 "누가 정권을 잡든 국민 복지 향상에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며 "리비아는 현재 병원 부족과 전력난 등이 심각한 만큼 장기적으로 새로운 공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리비아 사태로 공사 현장에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보상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한국 건설업체들이 해외 공사 현장에서 각종 시위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례는 없다. 다만 미국의 적대국에 대한 고립정책이나 전쟁 발발 등으로 피해를 본 적은 있다. 현대건설이 걸프전 발생으로 이라크 정부로부터 11억달러나 되는 공사대금을 못 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건설은 전쟁이 끝난 후 미수금 일부를 탕감해 주고 나머지는 분할해서 받고 있다.
공기 지연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 관계자는 "통상 공기 지연의 귀책 사유가 시공사에 없을 땐 모두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계약서를 꼼꼼하게 만든다"며 "당초 일정보다 공기가 지연되면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모두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과거 한국 건설업체들이 리비아에서 미수금으로 인해 고생한 적은 있다. 일부 국내 건설사들은 1990년대 말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다 뒤늦게 회수한 적이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랍권 국가들은 공사 완공 단계에서 공사대금 일부를 깎아 달라거나 다른 공사를 추가로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