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CEO] (기고) '차두리 로봇'이 현실화 되려면…

지식경제부 제1차관 안현호
<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작년 6월 남아공 월드컵 기간 중 로봇 관련 검색어 1위가 '차두리 로봇'이었던 적이 있었다. 축구 국가대표인 차두리 선수의 체격이 튼튼하고,아버지인 차범근 감독이 해설 중 차선수가 공을 찰 때 원격 조정하느라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네티즌들이 붙인 별명이라고 한다. 세계 로봇시장 규모는 2008년 현재 94억달러로 중국 등 신흥시장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03년 이후 연평균 16%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로봇산업도 2009년 생산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고 서비스로봇 생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아직 제조용 로봇이 70%를 장악하고 있다. 사실 로봇의 역사도 따지고 보면 제조용 로봇에서 시작한다. 1961년 미국 포드자동차에서 주물부품의 하역용 로봇이 최초로 산업현장에 도입된 이래 다양한 로봇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아직 상황 인지,정밀 제어 등 기술적 과제가 많이 남아 있어 차두리로봇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당장 상용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우선 초기에 로봇산업 방향의 맥을 잘 짚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로봇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제조,서비스 가릴 것 없이 수요가 있는 곳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난 30년간 PC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도 연구실에서의 오랜 노력으로 단번에 이룬 것이 아니라,산 · 학 · 연 간 협력과 소통을 통해 시장,즉 수요 측이 원하는 기술을 위해 꾸준히 보완하고,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를 위해 금년부터 범부처 차원의 대규모 로봇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두 번째로 정부가 작년 12월께 2018년까지 세계 3대 로봇 강국 진입을 위해 '서비스 로봇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했지만 서비스 로봇 경쟁력도 결국 기술력,특히 제조용 로봇 기술력에 좌우된다. 현재 쓰이고 있는 수술로봇의 보완사항을 들여다보면 촉각 · 영상 인식 등 제조로봇에서 해결되지 못한 기술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정부는 '로봇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등 다양한 R&D 프로그램을 통해 로봇의 용도를 떠나 인식을 위한 센서,정밀작업을 위한 제어기 등 원천기술 확보와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핵심부품 · 소재의 국산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결국 사람이 경쟁력이다. 기술 의존도가 타산업에 비해 높은 로봇산업의 경우 난해한 기술적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는 전문인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향후 정부는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아직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로봇 인력양성 시스템을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전주기적으로 정비해나고,직접 해외에서 핵심인재를 유치해오거나,재능 있는 학생들을 선진국에 보내 훈련시키는 국제적 전략도 고려할 계획이다.

차두리처럼 생긴 휴머노이드 로봇이 지금 나온다면 네티즌들을 비롯한 일반인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겠지만,정말 그 로봇이 차두리처럼 움직이려면 당장 눈에 띄지 않는 부분부터 하나씩 착실하게 내공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