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실상 內戰] 카다피 한 시간 넘게 TV 연설 "물러날 이유 없다"

● 버티는 카다피

진압군 전투기ㆍ헬기 동원…시위대 무차별 폭격 학살
"사망자 600명 넘었다" 보도

일부 軍 장교들 시위 동조 "카다피 제거하러 가자"
"카다피가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다. "(알자지라TV) 42년간 리비아를 철권통치한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카다피는 22일 국영TV에 출연해 망명설을 부인했지만 정부 인사와 군부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수도 트리폴리까지 확산된 시위 진압을 위해 전투기까지 동원되면서 사망자 수는 500명을 넘어섰다. 600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있다. 제2의 도시인 벵가지를 비롯한 동부 지역은 시위대가 장악해 리비아는 사실상 내전 상태에 빠졌다. 국제사회는 리비아 정부의 무력 진압을 강력히 규탄했다.

◆사망자 600명에 달해카다피는 이날 오전 2시(현지시간) 20초가량의 짧은 방송 출연을 통해 "나는 트리폴리에 있다. 베네수엘라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트리폴리 녹색광장에 있는 청년들과 밤새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며 정권을 내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 트리폴리까지 확산된 반정부 시위에 대한 리비아 정부의 대응도 한층 강경해졌다. 알자지라TV는 전투기와 군용 헬리콥터가 트리폴리 시내를 수차례 폭격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트리폴리에선 이날 하루 최소 6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권 사이트인 온이슬람넷은 사망자 수가 6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국제인권단체들도 8일째 이어진 유혈 충돌로 사망자 수가 500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정부군의 진압에 시위대도 결사항전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시위대는 앞서 벵가지 시내를 비롯 카다피의 고향인 북부 해안도시 시르테와 미스라타,알자위야 등 8~9개의 도시를 점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카다피가 시위 진압을 위해 말리 차드 등 인근 아프리카 국가의 용병을 투입한 것에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알자지라TV는 전했다. "정부가 용병들에게 시위대 1명을 죽이면 1만~2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 AFP통신은 "각지에서 시위대와 카다피 지지세력들이 충돌하면서 리비아가 사실상 내전 상태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사면초가 카다피,앞길은

카다피의 핵심 지지세력인 군부의 이탈도 잇따르고 있다. 리비아군 장교 일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의 편에 서서 카다피를 제거하는 것을 도와야 한다"며 "장병들은 트리폴리로 진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군 병력은 시위대를 도와 벵가지 등 동부 지역을 장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리비아 조종사 4명은 이날 군부의 진압 명령에 불응한 채 지중해의 섬 국가 몰타에 망명 요청을 했다.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이날 일제히 유혈 진압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란조차도 비난 성명을 냈다. 라민 메흐만파라스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전투기를 동원해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한 것을 강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