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 "月 400만원 필요…그래도 돈보다 건강"

● 한경·삼성운용 설문조사

'현역' 때 생각했던 생활자금 은퇴 이후엔 2배로 늘어
교육비 탓에 노후준비 미흡

'돈,건강,직업,가족….' 은퇴 이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은퇴자들은 건강을 꼽은 반면 아직 직업을 갖고 사회활동을 하는 '현역'들은 돈을 건강보다 우선시했다. 또 은퇴 후 필요한 생활자금에 대해선 은퇴자가 현역보다 훨씬 더 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7일 삼성자산운용 주최로 열린 '행복설계 설명회'에 참가한 투자자 173명(은퇴자 105명,현역 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은퇴자의 39.0%가 건강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이어 은퇴자금(29.5%),친목 · 사회생활(11.4%),재취업(9.5%),가족관계(9.5%)순이었다. 반면 현직은 은퇴자금이 44.1%로 건강(37.4%)보다 높았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현직에 있는 이들이 나이가 더 적어 건강보다는 은퇴자금을 더 중요시하지만 실제 은퇴자에게 피부로 와닿는 것은 돈보다 건강"이라며 "행복한 노후를 설계하는 기본은 돈과 건강,원만한 가족관계,삶의 활력을 위한 일거리,취미생활 등 5가지 요소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퇴 후 2인 가족의 월 생활자금 규모에서 은퇴자는 400만~500만원(29.4%)을 적정액이라고 응답했으나 현직은 200만~300만원(30.2%)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최형준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 차장은 "은퇴한 뒤에도 관성적으로 과거처럼 생활하고 싶은 욕구가 커 은퇴자가 생각하는 적정 월소득 규모가 더 큰 것 같다"며 "씀씀이를 줄이고 제2의 직업을 갖는 등 은퇴 후 삶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면 월 200만~3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은퇴 준비가 부족했던 이유로 은퇴자(33.3%)와 현역(42.9%) 모두 '자녀교육비 부담'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은퇴자는 이어 '필요성 인식 부족'과 '생활비 부담'(각 23.3%)을,현역은 '적은 소득수준'(17.1%)과 '생활비 부담'(15.7%)을 이유로 들었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은 "교육비 탓에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하는 게 한국의 특수상황"이라며 "부모가 모든 것을 감당하기보다는 적절한 선에서 자녀를 지원하고 노후준비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