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모여라"…中, 민주화시위 예고에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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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ㆍ신장위구르 등 18곳서 '재스민 시위' 촉구중국에서 오는 27일 '재스민 혁명'을 위한 민주화 시위를 열자고 촉구하는 성명이 인터넷에 등장해 공안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20일 민주화 시위를 촉구해 중국 당국으로 하여금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 경찰을 대규모 배치하게 했던 익명의 그룹은 22일 미국 인권단체가 운영하는 보쉰 사이트(boxun.com)에 시위를 재촉구하는 성명을 다시 올렸다.
'양회' 앞두고 경찰 대거 배치
특히 시위 예정일이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 국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 정치자문기구) 등 양회(兩會) 개막을 1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중국판 재스민 혁명 일어날까
오는 27일 오후 2시에 민주화 시위를 열자고 촉구한 이번 성명은 시위 예정지를 종전의 13곳에서 18곳으로 늘렸다. 티베트의 라싸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우루무치 등 중국에서 반체제 성향이 가장 강한 지역들도 추가됐다. 특히 중국 내 인터넷에서 이 소식을 전할 때 검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양회'라는 말을 대신 사용하기로 했다. 양회를 앞두고 관련 관변성 기사가 인터넷에 넘치고 있기 때문에 차단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 당국은 재스민을 뜻하는 '茉莉花(모리화)'란 단어가 들어간 메시지는 인터넷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확산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있다.
이번 성명은 지난 20일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에서 민주화 시위에 나선 일부 중국인을 "중화민족이 추구하는 자유민주 영웅이며 불굴의 재스민"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성명을 낸 측에선 별도 성명을 통해 장톈융 등 이번 시위를 전후해 구금되거나 외출제한 조치를 당한 민주화 인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무조건적인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스민 혁명이 중국에 상륙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20일 시위 때도 현장을 취재한 대부분의 외신들은 "무슨 일이 생길까 궁금해 하는 방관자적인 시민이 대부분이었다"며 오히려 중국 경찰이 과잉반응한 것을 부각시켰다. 중국의 엄격한 검열과 통제체제 그리고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이 대규모 민주화 시위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중 당국,단속 강화와 유화책 병행
중국 당국은 대대적인 단속과 유화책을 병행하고 있다. 중국 인권 변호사 류스후이(劉士輝)는 20일 시위 참가를 위해 광저우에 있는 자신의 집을 나서는 순간 5명의 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받았다고 영국 가디언지와 홍콩 언론 등이 22일 보도했다. 류 변호사는 대퇴부와 허리 등에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 일본 기자가 '모리화' 같은 단어의 검색이 제한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묻자 "질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당신이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답하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27일 이전에 또 한 차례 검거 열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 정부는 "나라와 국민이 함께 부유한 시대로"라는 새 국정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사회관리를 양회의 주요 의제로 삼는 등 사회불안 진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신화통신은 23일 "인민 생활에 행복과 존엄을 더하는 것을 민생 정책의 새 방향으로 해야 한다"며 "양회 이후 중국이 국민 소득 증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또 정통 사회주의적 색채나 이념을 강조하는 '홍색(紅色)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데도 힘쓰고 있다.
오광진 기자/베이징=조주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