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社 동반 성장지수 내년 발표] 재계 "동반 성장도 줄세우기냐…동반 쇠퇴 부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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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결과 발표 방식 놓고 갈등…"순위 대신 우수기업만 공개를"대 · 중소기업 간 상생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말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가 23일 동반성장지수 프로그램 추진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5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협력업체 지원실적,거래 관계의 투명성,중소기업의 상생 체감도 등을 평가해 점수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자금지원비율 산정 방식에, 中企 적합업종 선정도 '논란'
하지만 평가 기준과 결과 발표 방식을 놓고 대기업들이 반발,프로그램 출발부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프로그램인 탓에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만 속내는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언급한 이익공유제 도입안에 대해서는 대 · 중기 상생을 후퇴시키는 '반(反) 시장적 아이디어'라는 격한 반응까지 나왔다. ◆1차 협력업체 상생 활동도 대기업 책임동반성장위가 공개한 동반성장지수 초안에 따르면 56개 대기업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실시하는 대기업의 '동반성장 및 공정거래 협약 이행실적 평가'(100점)와 협력업체(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이행 체감도 평가(100점)를 합쳐 총점 200점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동반성장 협약 이행 평가는 세부적으로 협약내용 충실도(30점)와 협약내용 이행도(70점)로 구성됐다. 법위반(10점),사회적 물의(5점)를 일으켰을 때 감점을 받을 수 있다. 1차 협력사의 2차 협력사 지원 계획 및 실적 점수는 15점이 배정됐다. 2,3차 협력사로도 동반성장이 확산돼야 한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됐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협력 중소기업 간 지원 현황까지 대기업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해왔다.
협력업체가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을 평가하는 체감도 평가는 공정거래(57점), 협력(22점), 동반성장(21점) 등으로 구성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거래할 때 구두 발주나 기술 탈취 등 불공정행위가 있었는지,납품 단가와 결제 수단 등의 거래 조건이 공정했는지 여부를 평가한다. ◆곳곳에 갈등요인 잠재
동반성장위는 초안을 토대로 대기업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최종안을 만들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재계 의견이 얼마만큼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평가 결과 공개 방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지난 20일 공동명의의 건의문을 통해 "기업의 동의 없이 순위를 발표할 법적 근거가 없고 등수가 낮은 기업의 명예가 실추될 수 있다"며 "우수 기업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반성장위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올해 안에 평가를 마치고 이르면 내년 2월 결과를 공개한다는 방안만 내놨다. 정 위원장은 "발표 시점에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자고 오늘 회의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동반성장지수 산정의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는 중소기업 자금지원 비율을 어떻게 산정할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동반성장위가 정한 중소기업 자금지원 비율 산정기준은 국내외 총매출액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처럼 해외 매출 비중이 큰 기업은 내수 중심의 기업보다 더 많은 비용을 중소기업에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경련 관계자는 "매출액 상위 5개사가 이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으려면 법인세의 60%에 해당하는 3조원가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융 · 복합시대에 중기 적합업종이라니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동반성장위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곽수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통 산업과 신 산업의 두 가지 분야로 나눠 적합업종 선정에 필요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크거나 고용 효과가 큰 업종을 적합업종으로 선정하되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수입품 비중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의견이 동반성장지수 프로그램에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계획"이라며 "대기업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려면 순위 공개,법적 제재와 같은 강경한 수단이 아니라 우수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송형석/서기열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