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 악화] 벵가지에 갇혔던 원건설 직원 45명 이집트로 탈출

줄 잇는 엑소더스

동북부 지역에 고립된 364명 육로 이용해 국경 넘어
트리폴리에 전세기 투입…24일 대통령 주재 긴급회의

벵가지 등 시위 사태가 심각한 리비아 동북부 도시와 건설 현장에서 고립상태에 있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탈출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일부는 여전히 고립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폐쇄로 출국 수단이 마땅치 않은 데다 시위대들이 곳곳을 장악해 빠져 나오기 쉽지 않아서다. 정부는 리비아에서 철수하려는 한국 근로자들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전세기를 24일 트리폴리 공항에 투입키로 했다.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 장관회의를 갖고 중동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집트로 탈출 추진23일 국토해양부와 KOTRA에 따르면 리비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 47개사 중 건설업체는 24개사이며 1343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위 사태가 심각한 동북부 지역 근로자는 364명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22일까지만 해도 육로 탈출은 위험하다고 판단,가능한 이동을 삼가할 것을 현지 공관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권고했다. 그러나 동북부 토부룩 지역의 공간GTS 직원 9명이 22일 오후 1시 이집트 국경으로 탈출에 성공함에 따라 입장을 바꿨다.

도태호 국토부 중동대책반장(건설정책관)은 "현재로선 육로를 이용해 이집트로 넘어가는 게 동북부 지역 고립 문제를 푸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동북부 최대 위험지역인 데르나(벵가지 북동쪽)에 있는 원건설 직원 1645명은 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가 23일 아침 육로를 통해 이집트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탈출에 나선 직원 중 한국인은 45명이며 나머지는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대형 트레일러에 나눠 타고 이동했다. ◆대한항공 투입도 검토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집트항공과 에어버스330기를 빌리는 협상이 거의 마무리됐다"며 "전세기는 24일 중 카이로공항을 떠나 트리폴리 공항에 도착한 뒤 우리 근로자들을 태우고 카이로로 다시 이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이 갈수록 탈출하려는 우리 근로자들이 증가하고 있어 260명 정원이 다 찰 것으로 예상된다"며 "철수 수요가 더 생길 경우 다음 날 같은 루트로 전세기를 더 띄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세기로 출국할 경우에는 출국비자가 필요없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리비아 정세가 더 악화돼 이집트항공이 못 들어갈 경우에 대비해 국적기 대한항공을 투입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정부는 공항이 폐쇄된 벵가지 쪽 근로자들의 대피수단과 관련,이집트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것과 함께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인근 국가에서 페리를 빌려 벵가지 항구에 투입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정부는 사태 장기화에 따른 식량부족에 대비하고 있다.

장규호/장진모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