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궁지로 몰리고 있다

[0730]내전 상태에 빠진 리비아 국가 원수 무아마르 카다피가 국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프랑코 프라타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리비아 동부지역 키레나이카가 반정부 시위대의 장악하에 들어갔다고 23일(현지 시간)밝혔다.키레나이카 지방에 있는 방공미사일 시설 등 기존 리비아군 기지들은 시위대 수중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카다피는 시위대와 싸우다가 ‘순교자’로 죽을 것이라며 강경 진압 의지를 밝혀 정부 관계자나 지지자들까지 등을 돌리고 있다.

아부델 파타흐 유네스 내무장관은 전날 밤 카다피 연설 직후 “국민들의 요구에 대한 진정성에 믿음을 갖고 있다” 며 “군도 국민들의 적법한 요구”에 응해야 한다며 사퇴했다.유네스 장관은 카다피 정권의 핵심 인사 중 한명으로 손꼽힌다.

군도 카다피의 통제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현지 언론 알 퀴라이나는 이날 뱅가지를 폭력하라는 명령을 받은 전투기 조종사 2명이 폭격 명령에 항명해 낙하산으로 탈출했다고 보도했다.앞서 다른 전투기 조종사들도 수도 트리폴리의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공격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전투기 4대를 몰고 몰타로 망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 해결의 열쇠를 군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카다피의 군 장악 정도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타임지는 지난 22일 현 상황에서 카다피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군 병력은 5000명 수준으로 이들은 대부분 카다피가 직접 지휘관을 뽑은 부대들이지만 전체 리비아 정규군 4만5000명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놨다.반면 영국 BBC방송은 정권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보안군은 카다피의 아들 또는 핵심 측근들이 이끌고 있어 일부가 이탈해 시위대에 가담하더라도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카다피는 국제적으로도 ‘왕따’를 당하고 있다.카다피와 밀월 관계나 뒷거래를 해왔던 유럽 국가 지도자들마저 강력한 비판에 나서고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하는 등 국제 사회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날 리비아와의 모든 무기거래를 중단했다.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정책 대표의 대변인은 “모든 EU 관련국들이 리비아와의 무기거래 및 허가를 중단했다”고 밝혔다고 독일 dpa 통신이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회람된 EU 보고서는 2009년 리비아에 무기 수출 라이선스를 가장 많이 발급한 국가로 이탈리아,몰타,독일 등을 지목했다.무기거래 금지 외에도 EU 주재 유럽 각국 대사들은 이날 오후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이끄는 리비아 정부에 대한 제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유럽 각국에 리비아와의 모든 경제관계를 중단하고 제재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