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도 장중 100달러 넘어…220달러 전망도

[0730] 리비아 사태 영향으로 원유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브렌트유에 이어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도 23일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WTI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08년 10월 이후 2년4개월 만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4월 인도분 WTI는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장중 4.8% 상승한 배럴당 100.01달러까지 올랐다.이후 소폭 떨어져 2.8%(2.68달러) 상승한 배럴당 98.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종가 기준으로도 2년4개월 만에 최고치다.WTI는 1년 전에 비해 27% 올랐다.북해산 브렌트유도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CE)에서 5.3% 오른 배럴당 111.36달러에 마감됐다.브렌트유가 런던 시장에서 11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08년 9월 이후 처음이다.

두바이유는 싱가포르현물거래소에서 0.59%(0.61달러) 오른 배럴당 104.33달러에 거래됐다.

국제 유가는 리비아 사태 악화로 현지에 진출한 석유업체들이 잇따라 조업을 중단하고 철수하면서 급등세를 타고 있다.독일 최대 석유업체인 빈터스할은 리비아내 8개 유전의 석유 생산을 중단했고, 스페인의 레프솔과 이탈리아의 에니, 프랑스의 토탈, 노르웨이의 스태트오일, 오스트리아 OMV 등도 리비아내 석유 생산을 중단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빈터스할과 레프솔은 각각 리비아에서 하루 10만배럴과 20만배럴을 생산해 왔다.하루 생산량이 160만배럴 가량인 리비아에서 원유 공급이 얼마나 차질을 빚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시위 확산 이후 리비아의 산유량중 25%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엑셀 퓨처스의 마크 왜고너 대표는 “어느 누구도 무아마르 카다피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이같은 리비아 사태 전개의 불확실성이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카고 소재 PFG베스트사의 필 플린 부사장은 “리비아 사태가 사우디아라비아 등지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고 설명했다.에너지시큐리티어낼리시스의 사라 에머슨 이사는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이런 가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또 추가로 얼마나 상승할지가 관심” 이라며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진단했다.노무라홀딩스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치적 불안으로 석유생산 차질이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WTI기준)가 배럴당 22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무라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리비아와 알제리가 석유 생산을 동시에 중단할 경우 유가가 배럴 당 22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석유수출국기구(OPEC)인 알제리,리비아의 석유 생산이 중단될 경우 OPEC의 하루 평균 생산량이 210만배럴로 감소하며, 걸프전쟁 및 유가가 배럴당 147달러까지 급등했던 2008년 당시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알제리는 지난달 하루 평균 125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했다.마이클 로 노무라 애널리스트는 “가장 유사한 상황은 1990~1991년의 걸프전 때” 라며 “당시 OPEC의 하루 평균 생산량이 180만배럴로 감소하며 유가가 7개월 동안 130% 상승했다”고 말했다.유가 급등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유가 상승폭이 10달러에 이르면 미국 경제성장률이 앞으로 2년 간 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모건스탠리는 지금까지 국제유가 상승률이 연간 85~90%에 이른 후에는 1975년, 1980년, 1990년, 2008년에 그랬던 것처럼 미국의 경기 침체가 뒤따랐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협회의 마이클 레비 선임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중동 사태로 인한 오일쇼크 가능성을 경고하며 전략 비축유 방출 시점과 투기행위 규제 등에 대한 국제 공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블룸버그 조찬 강연에서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입지가 탄탄해졌기 때문에 오일쇼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그는 “세계 경제는 훨씬 더 강한 상태가 됐다” 면서 “각국 중앙은행들도 이같은 상황에 대처한 경험이 많다”고 언급했다.그는 특히 “미국 경제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한편 금값 역시 중동 불안 등의 영향으로 전날보다 온스당 12.90달러(0.9%) 오른 1414달러까지 치솟았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