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CEO, 사무라이에게 경영의 道를 묻다

미야모토 무사시 오륜서 | 류서우징 풀어씀 | 노만수 옮김 | 일빛 | 472쪽 | 2만5000원

劍禪일치 이룬 전설의 검객
무사시가 남긴 필승의 전략

요즘 전쟁은 그야말로 첨단 병기의 경연장이다. 이런 시대에 무사(武士)와 검(劍)이라니….디지털 시대에 이 아날로그 무기로는 제 아무리 검법이 뛰어난 무사라도 맥을 못 출 게 뻔한데 전술이고 전략이고 다 필요없는 것 아닐까.

그러나 이 책 《미야모토 무사시 오륜서》를 쓴 저자는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검 한 자루에 검법과 병법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검법은 지나간 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유용한 전술이라는 것.게다가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 · 1584~1645)의 검법이라면 얘기가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누구이기에 그럴까.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그는 일본 센고쿠시대(戰國時代)의 전설적인 사무라이다. 60전 60승.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아니,질 수가 없었을 것이다. 지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테니까.

이 방랑협객의 분신은 다름 아닌 검이었다. 한 손엔 다치(긴 칼),다른 손엔 와키자시(짧은 칼)를 쥐고 동시에 사용하는 니텐이치류(二天一流)검법으로 그는 사무라이계를 평정했다. 그렇다고 그가 무시무시한 사무라이였던 것만은 아니다. 그림과 서예에도 조예가 깊었다. 부드러움도 갖췄다는 얘기다. 그 불패신화의 비결이 뭘까.
그는 적을 베는 데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모조리 버렸다. 오로지 실리와 합리를 바탕으로 절대 패하지 않는 필승전략만을 추구했다. 궁극적으로 그는 '모든 결투는 마음과 영혼의 대결'로 보았다. 그래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최고로 여겼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보다 손무의 《손자병법》에 더 가깝다. 진정한 무사로 거듭나기 위해 전국을 떠돌았던 그가 노장사상과 불교의 선(禪)에 심취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오륜서는 62세이던 그가 다다미 위에서 죽기 한 달 전에 탈고했다는데 결투 기술과 생존 방법,정신적 자세가 다 담겨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오륜서》가 나왔지만 이 책이 가장 최근 버전이다. 본문은 지(地) 수(水) 화(火) 풍(風) 공(空)의 다섯 가지 병법으로 구성됐다. 재미있는 건 공권이다. 여기서는 '어떻게 하면 병법을 잊어버릴까'가 주된 테마다. 앞의 네 가지가 유병법(有兵法)이라면 이것은 무병법(無兵法)인 셈이다. 뒷부분에서는 무사도와 관련된 일본의 문화와 사회적 배경을 설명했는데 전체적인 짜임새가 일품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야모토 무사시가 말하는 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비즈니스의 경쟁자에 해당한다. 적을 베는 것이나 경쟁자와 싸워 이기는 것이나 다름 없다. "진정한 병법은 모든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대목은 이 책이 단순히 병법서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현대에도 유용한 경영전략 지침서인 동시에 인격수양을 위한 수신서라는 얘기다. 《오륜서》가 미국 육군사관학교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필독서가 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오륜서를 늘 곁에 두었다는 마쓰시타 그룹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성공은 원대한 포부나 의욕만으로 얻을 수 없다. 반드시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전술이 있어야 한다"며 "승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이 책이 가르쳐 줬다"고 했다.

300여컷의 일러스트는 독자에게 사무라이의 정수를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당시의 전략과 전술,진법,병장기 등을 상세한 그림 · 도표 등으로 재구성하거나 복원해 보여준다. 책을 읽다 무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면 전적으로 일러스트 덕분이다.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