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만명 지켜본 기아車의 '슬램덩크'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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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올스타전 K5 넘어 덩크슛'상상력의 지평을 넓힌 스포츠 마케팅의 진수였다. '
최고 시청 기록…마케팅 대박
현지 언론 "도요타에 버금가"
미국프로농구(NBA) 올스타전 기간에 열린 '슬램 덩크쇼'는 기아자동차가 치밀하게 추진한 '극비 이벤트'였다. NBA는 지난 주말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올스타전 전야제 행사로 '2011 스프라이트 슬램덩크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26년간 이어온 이 콘테스트는 해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슬램덩크 슛으로 팬들을 열광시켜왔다. 올해는 자동차를 뛰어넘는 괴력의 덩크슛을 앞세운 블레이크 그리핀(22 · LA 클리퍼스)이 단연 화제였다. 코트에 등장한 자동차는 기아자동차의 'K5(수출명 옵티마)'였다. 기아차가 NBA의 공식 자동차 후원사여서 차량을 지원한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내막은 달랐다. 기아자동차는 불과 몇 초 만에 끝난 깜짝 이벤트를 위해 5주간 치밀하게 준비했다.
'카 슬램덩크'의 아이디어는 그리핀의 매니지먼트 회사인 '엑셀 스포츠 매니지먼트'에서 나왔다.
이 회사는 지난달 그리핀과 자동차를 뛰어넘는 덩크슛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자동차는 그리핀의 소속팀을 후원하는 기아차로 정했다. 이 회사의 제이미 메슬러 마케팅 이사는 기아차 미국 법인 관계자를 만나 '깜짝 이벤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전달했다. 기아차는 골프에서 미셸 위를 내세우는 것 외에는 스포츠 마케팅에 선수를 활용하는 것을 꺼려왔으나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가장 큰 걸림돌은 올스타전 공식 스폰서인 스프라이트(코카콜라)의 허락 여부였다. 기아차가 NBA의 공식 자동차라도 스프라이트가 거부하면 이벤트를 진행할 수 없었다. 덩크슛 이벤트 때문에 기아차가 너무 두드러지면 스프라이트에 해를 끼칠 게 자명한 상황이었다. 스프라이트는 2003년부터 올스타전 스폰서를 해온 NBA의 주요 파트너 기업이다.
기아차는 NBA 주요 인사를 만나 설득작업을 벌였다. 급기야 차 옆면에 스프라이트의 로고를 노출시키는 것으로 스프라이트의 권리를 존중해 주기로 했다. 기아차는 덩크슛 이벤트를 위해 상당한 금액의 추가 비용도 지급했다.
화끈한 덩크슛 이벤트는 미국에서 810만명이 지켜본 것으로 집계됐다. 올스타전 전야제 이벤트로는 최다 시청 기록이다. 현지 언론들은 기아차가 이번 이벤트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라이벌 도요타와 경쟁 관계를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리핀의 몸값도 이번 덩크슛으로 폭등하고 있다. 기아의 'K5 슬램덩크'는 아이디어 하나로 후원 기업과 리그,선수,방송사가 한꺼번에 이득을 보는 스포츠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준 이벤트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