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선택과 집중이 전부는 아니다"…'두마리 토끼'를 잡은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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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래빗 | 인더 시두 지음 | 김하락 옮김 | 모멘텀 | 284쪽 | 1만5000원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참가한 미국은 NBA의 슈퍼스타들로 농구대표팀을 구성했다. 선수들은 금메달을 장담했다. 그러나 결과는 동메달.가장 큰 문제는 팀워크였다. 선수마다 팀의 일원으로 움직인다기보다 프리랜서처럼 움직였던 것이다.
시스코·P&G·할리데이비슨 등
지속적 혁신·파괴적 혁신 통해
수익성·미래 성장엔진 모두 잡아
미국의 얼라이드 코포레이션에서 미국 정부가 개발한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선구적인 내비게이션 기술을 선보였던 게리 버렐과 카오는 결국 이 회사를 떠났다. 고용주가 발명의 가치는 인정하려 않고 상업적인 이용에만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잘 짜여진 팀워크와 능력이 탁월한 개인.둘 다 성공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기업은 흔히 상충되는 가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게 된다.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수평적 조직의 안정 및 혁신,현재의 수익성과 미래의 성장엔진,고객의 만족과 협력사의 만족 등이 그런 사례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는 한 마리도 못 잡는다'는 속담이나 '선택과 집중'은 이럴 때 하나를 과감히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단골 지침이다.
그러나 《투 래빗》의 저자는 이에 반대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라는 것이다. 네트워크 장비 분야의 세계적 선도 업체인 시스코의 전략기획 담당 수석부사장인 그는 1986년 설립 이래 25년 동안 조직의 안정과 혁신,현재의 수익성과 미래의 성장엔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시스코의 경험을 비롯해 P&G,월풀,할리데이비슨 등 여러 기업의 사례를 들며 '투 래빗 전략'이 왜 필요한지 설명한다.
예컨대 혁신에는 두 가지가 있다. 과거의 성공을 바탕으로 부단히 개선하고 향상하는 지속적 혁신과 아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 시장을 변화시키는 파괴적 혁신이다. 시스코는 네트워크 단위들을 연결하는 통신장비인 이더넷 스위치가 사무용 통합 네트워크 분야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제품이 될 때까지 부단히 개선했다. 동시에 파괴적인 혁신을 위해 회사 밖에서 최상의 아이디어를 구해 이용하는 스핀인(spin-in) 형태의 사외벤처링을 추진하고 조직 안팎에서 최상의 아이디어를 구하는 작업에도 매진했다. P&G는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파괴적인 혁신의 결과 개발한 액체세제 응축기술로 세계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고,중국의 BYD는 삼성,노키아,모토로라 등 휴대폰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기존 시장을 지키면서도 전지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자동차를 개발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했다. IBM은 꾸준한 체질개선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인수 · 합병(M&A)을 통해 컨설팅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진출,미래의 성장엔진을 확보했다.
저자는 이런 사례와 함께 현재의 수익성과 미래의 성장엔진,고객만족과 협력사의 만족,기술적 우위성과 사용자의 편의성,선진국 시장과 신흥시장 등 상충되는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8가지 지침을 상세하게 제시한다. '어제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래를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라''현재의 경쟁우위를 발판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라''실수를 개선하며 도약을 실현하라''고객이 왕이라면 협력사는 스승이다''파괴적인 아이디어는 국경이 없다''고객이 좌절하는 그 순간이 바로 새로운 시장임을 기억하라''톡톡 튀는 나만의 아이디어와 환상적인 팀워크로 무장하라''원칙을 존중하되 때에 따라 재량에 맡겨라'.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