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정약용·유성룡·세조…한의학 뒤에는 그들도 있었다

한의학에 미친 조선의 지식인들 | 김남일 지음 | 들녘 | 292쪽 | 1만5000원
다산 정약용은 의서를 두 권 쓸 정도로 의학연구에 몰두했다. 세조는 의관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병을 스스로 처방할 만큼 의학에 조예가 깊었다. 재상까지 지냈던 유성룡은 직접 백성들을 치료했다.

《한의학에 미친 조선의 지식인들》은 이처럼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유의(儒醫)들의 활동과 업적을 파헤친다. 유의란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의학을 연구했던 사대부들을 일컫는다. 책의 저자인 김남일 경희대 한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전통의료가 민간의료 수준을 탈피해 이론적 근거를 갖게 된 것은 유의들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백성을 편안하게 돌본다는 유학의 지향점은 의학과 일맥상통한다. 실학자 박제가는 최초로 인두법을 실시했다. 그는 국력은 백성의 건강에 달렸다고 판단해 천연두 치료에 평생을 바쳤다. 그가 완성한 종두법은 의원들에게 전해져 많은 인명을 구했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잘못된 전통 치료법으로 고생하는 백성들을 보고 기존 의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처럼 백성을 위해 적극 나선 유의들 덕분에 조선의 의학은 기술뿐 아니라 철학적으로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여성 유의도 있었다. 빙허각 이씨는 1809년 육아와 구급법 등을 담은 여성용 백과사전을 편찬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사주당 이씨는 태교 관련 지식을 집대성한 《태교신기》를 펴냈다. 여성 교육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었던 시대 상황을 감안하면 이들의 활동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사대부뿐 아니라 왕들도 의술을 중시했다. 세조는 의학 공부를 권장하고 의약론을 지어 반포했다. 정조는 《동의보감》을 바탕으로 한 의학적 지식이 깊었다.책에는 소아과학,전염병,법의학 등을 연구한 유의들의 활동도 소개돼 있다. 저자는 "중인계층에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연구 틀에서 벗어나 통섭의 시각에서 한의학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