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파리의 빵 냄새…런던의 먹자골목…

파리 느리게 걷기 / 런던 느리게 걷기 | 최병서 지음 | 에크리
| 각 348쪽·1만6500원 / 292쪽·1만4000원
"파리에서의 산책은 즐겁다. 나는 길을 걸을 뿐이나 거리를 향해 앉은 카페 손님들의 시선을 오롯이 한 몸에 받는 나는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트래펄가 광장 근처에 있는 오스카 와일드의 얼굴은 영국 사회와 사법부가 내린 단죄로 고통을 겪은 탓인지 찡그리고 있다. 그런 얼굴로 무표정하게 지나는 런더너들을 괴롭게 응시하고 있다. "

경제학자인 최병서 동덕여대 교수가 파리와 런던을 여행하고 돌아와 《파리 느리게 걷기》와 《런던 느리게 걷기》를 펴냈다. '두 도시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이들 책은 '신(新)서유견문'이라는 저자의 소개대로 산책하듯 두 도시를 돌아보게 한다. 저자가 내어준 신발을 신고 걷다 보면 파리의 아침을 가장 먼저 깨운다는 빵 냄새와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카페의 커피향을 맡을 수 있다. 또 런던의 먹자골목에서는 군것질을 하고,젊은 마르크스가 궁박한 삶을 사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며 '눈물의 맥주'를 들이킨 대영박물관 옆 작은 펍 '뮤지엄 테번'에서 목을 축일 수도 있다.

여행장소를 옮길 때마다 곁들여진 프롬나드(promenade · 산책)는 미술관에서 작품 사이를 거닐 때처럼 방금 지나쳐 온 장소를 다시 한 번 되뇌게 하는 재미를 준다. 몽마르트르와 퐁네프,템즈강에 사로잡힌 기존 여행서들과 차별을 선언하는 저자의 한마디가 인상적이다.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거기에 센강이 흐르고 노트르담 사원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거기에는 파리를 파리답게 만드는 파리지엥이 있기 때문이다. "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