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의 곁에 두고 싶은 책] 동물도 사랑하고 슬퍼한다…인간의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

동물권리 선언 | 마크 베코프 지음 | 윤성호 옮김 | 미래의 창 | 320쪽 | 1만2000원
'신선하고 먹고 싶은 음식 얻기,때때로 여행하기,탐험이나 정보 교환을 위해 집단을 떠났다 다시 합류하기,사랑하는 대상과 평생 동안 교류하기,새끼에게 자신의 문화적 지식 전수하기,조직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사실 인정받기,스스로 결정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시인받기.'

유인원 연구자 럼버가 밝혀낸 보노보(피그미 침팬지)의 기본적인 복지 요건이다. 사람다운 삶의 조건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동물권리선언》은 이렇게 동물도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낀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사람의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 그들에게도 지각능력과 희노애락,사랑과 증오의 감정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원숭이는 새끼에게 치실 쓰는 법을 가르치고,까치는 거울이나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아본다. 남아메리카 돌고래는 나뭇가지와 잡초를 이용해 이성에게 구애하고,어미 오리는 새끼를 구하러 1마일을 달려간다. 코끼리는 자신을 괴롭힌 사람을 기억하고,실험실 쥐는 다른 쥐들이 겪는 고통을 보며 괴로워한다.

그런데도 인간은 이들을 무생물인 양 함부로 다루고 학대하기 일쑤다. 우유를 짜내려 갓 태어난 송아지를 어미소와 떼어놓고 닭과 돼지를 옴짝달싹 못하도록 비좁은 우리에 넣는다. 화학물질이 눈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다며 눈이 유독 민감한 토끼를 대상으로 삼는다. 중상자 발생 시 초기 대응법을 가르친다며 돼지에게 총상을 입히거나 마취시킨 염소의 다리를 가른 다음 치료하도록 한다.

2005년 한 해에만 이런 의약 연구나 독성 테스트, 혹은 교육을 위해 179개국에서 5830만마리의 동물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동물 실험을 통과한 100가지 의약품 중 92가지는 사람 대상 임상 실험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동물실험의 가치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잔인하기는 동물원도 마찬가지다. 호랑이를 우리에 가둬둔 채 조롱하고,바다표범을 염소 투성이 물에 가둬 눈이 멀게 만들고,코끼리를 쇠사슬에 묶거나 이 동물원 저 동물원으로 옮긴다.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지만 동물원 코끼리의 사망률은 야생 코끼리 사망률보다 높다.

생태학자인 저자 마크 베코프 미국 콜로라도대 명예교수는 이런 일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파괴와 야만은 다른 종의 존엄성을 보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만큼 자식을 보다 친절하고 온정적인 세상에서 키우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행동하라는 것이다.

"다른 동물보다 더 특별하고 우월하며 가치있다고 선포하는 순간 우리는 그들의 삶에서 눈을 돌리고 그들의 고통에 마음을 닫는다. 교감은 배려,단절은 무시로 이어진다. 변화를 이끌어내자면 마음뿐 아니라 행동도 바꿔야 한다. 모든 관점에 귀 기울이라.인내심을 갖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온정의 발자국을 확장하라." 실로 의미심장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