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 악화일로] "오후 6시만 넘으면 총소리…폭도들 언제 들이닥칠지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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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탈출한 원건설 직원"사태 악화에 대비해 3단계 철수 시나리오를 짜놨습니다. "
정재학 대우건설 리비아 트리폴리지사장(상무)과 성익제 벵가지발전소 현장소장(부장)은 24일 서울 신문로1가 본사에서 국내 취재진과 콘퍼런스콜을 갖고 "트리폴리에선 항공편을,시위 사태가 심각한 동북부 벵가지 등에선 선박편을 철수 루트로 확보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우건설은 리비아 7개 사업장에 직원 298명(동부 61명,서부 237명)을 두고 있다. 정 상무는 "트리폴리 주재원 가족과 인턴사원 등 15명은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로 출국하기로 결정했다"며 "당장 신변 안전에는 문제가 없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시공과 직접 관련 없는 인력부터 내보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성 부장은 "벵가지항에서 터키 국적 배로 일부 직원을 철수시키는 절차를 밟고 있다"며 "벵가지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여서 출국 절차 없이도 나갈 수 있다"고 전했다. 대우건설은 리비아 사태가 더 악화되면 공사 필수인력 일부도 피신시키는 2단계 철수를 진행하고,내전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대부분 인력을 탈출시킬 계획이다.
이들은 현지 모든 곳이 외신 보도처럼 준전시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다. 정 상무는 "대우건설이 트리폴리에 건설한 호텔 36층 옥상에서 24시간 시내 중심가 상황을 관찰 중인데 지난 22일부터는 총소리나 시위를 감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리비아 동부 지역의 데르나에서 폭도들의 습격을 받은 뒤 육로를 이용해 이집트로 탈출한 원건설 직원들은 이날 이집트 서북단 엘 살룸 국경통과소 입국심사대에서 취재진과 만나 "반정부 시위 사태의 혼란 속에 폭도들이 건설 현장에 들이닥쳐 차량 30여대를 강탈해 갔다"고 전했다. 이들은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난주 초 공사 현장과 숙소에 칼과 둔기 등으로 무장한 폭도들이 몰려오자 인근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긴급 대피했다. 원건설의 이모씨(29)는 "오후 6시만 넘으면 시내에서 총소리가 들렸다"며 "언제 폭도들이 흉기를 들고 쳐들어올지 몰라 불안에 떨다가 탈출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간부인 김모씨는 "여권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반정부 세력으로 추정되는 자경단들이 다행히 문제삼지 않고 통과시켜줘 이집트 국경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