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증권 영업정지 파장] 차익거래 큰 손 이탈…외국인, 몸 사릴 듯

발행된 ELW 호가 제시 계속
투자자 피해는 크지 않을 듯
도이치증권이 '11 · 11 옵션쇼크'로 6개월 일부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자 그 파장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도이치증권은 이번 징계로 오는 4월1일부터 6개월간 자기매매업의 증권 · 장내파생상품 거래,위탁매매업의 증권 직접주문 입력방식(DMA)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이미 발행한 주식워런트증권(ELW)의 유동성 공급은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문제가 됐던 차익거래시장에서는 도이치증권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된 ELW의 호가 제시 계속

우선 도이치증권이 발행한 ELW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이번 징계로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자기매매업을 통한 장내파생상품 거래 중 이미 발행된 ELW에 대해서는 상장폐지 대신 헤지거래를 예외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이치증권이 영업정지에 들어가도 기존 ELW의 호가제시는 계속된다.

지난해 국내 ELW 시장에 뛰어든 도이치증권은 현재 187개 종목을 발행,전체 ELW 발행 규모(9187개 종목)의 2.0%를 차지한다. 다음 달 최종거래일이 돌아오는 43개 종목을 포함해 늦어도 7월까지는 모두 만기 상환된다. 도이치증권은 영업정지 기간에 신규 ELW 발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8~9월이면 도이치증권 ELW를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전문가들은 발행이 재개돼도 이번 조치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만큼 예전 같은 위상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까지는 도이치증권이 정상적으로 유동성 공급을 하고 있어 시장 전체에 미칠 파장은 적을 전망이다.

하지만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영업정지 여파로 도이치증권 유동성공급자(LP)들의 호가제시 성실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투자자들이 다소 불리한 조건에 ELW를 되팔아야 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감한 베팅으로 유명

11 · 11 옵션쇼크로 문제가 됐던 차익거래 시장에서도 도이치증권의 영향력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이치증권은 원래 차익거래시장에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기법으로 유명했다"며 "특히 매수차익거래의 주요 참여자였다는 점에서 한 축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징계로 차익거래시장의 주력인 외국인들이 몸을 사리면서 시장이 일시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파생시장 관계자는 "일부 외국계 증권맨들은 도이치증권 징계에 대해 과도하다는 견해"를 보인다"며 "이들이 국내 물량을 털고 나가겠다고 마음 먹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들의 차익잔액이 시장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지난 옵션만기일까지 차익잔액이 많이 소진돼 다음 달 선물 · 옵션만기일 부담은 적을 것"이라며 "시장감시도 강해져 요란하게 빠져나갈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한편 장외파생 거래는 영업정지 대상에서 빠져 있다. 한 전문가는 "도이치증권은 장외파생 시장의 '큰 손'이기도 하다"며 "다소 타격이 있겠지만 장외파생 분야에서 정상영업이 이뤄진다면 영업정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LW(주식워런트증권)

equity-linked warrant.기초자산이 되는 특정 종목(또는 지수)을 미리 정한 조건으로 미래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다. 옵션과 비슷한 파생상품이지만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는 점이 다르다. 살 권리인 '콜워런트'는 기초자산 가격이 오를 때,팔 권리인 '풋워런트'는 주가가 내릴 때 각각 수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