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 악화일로] 아덴만 '최영艦' 트리폴리 급파…교민 수송 전세기 2대 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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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민탈출 본격화
튀니지에도 신속 대응팀 파견…이집트보다 위험하지만 가까워
"외국인 직원만 남길 수 없어"…한일건설 근로자 일단 체류
동북부 고립 근로자 육로 탈출
리비아에 체류 중인 교민의 철수를 위해 이집트항공의 에어버스 330 한 대가 25일 오전 리비아 트리폴리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전세기는 우리 근로자와 교민 260여명을 태우고 이집트 카이로공항으로 향할 예정이다. 트리폴리 공항의 착륙 허가가 나지 않아 당초 계획보다 17시간 늦어졌다.
대한항공 여객기도 교민 수송을 위해 이날 새벽 인천공항을 출발,트리폴리로 갔다.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리비아에서 우리 교민들의 철수가 본격화되고 있다. 사업 기반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 '좀 더 버텨보자'던 우리 기업들이 필수 인원만 남고 떠나기로 하자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전세기 투입 외에도 선박을 통한 해상 탈출을 위해 이날 오후 아덴만에 있는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을 리비아 북부 해안으로 급파했다.
◆전세기 2대 투입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트리폴리 지역에서 전세기 탑승을 희망한 교민은 약 560명으로 정원(260명)을 300명 초과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집트항공 소속 전세기는 카이로~트리폴리 직항 구간 대신 지중해 중앙의 몰타쪽으로 우회했다"며 "비행시간은 약 5시간"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당국이 직항 노선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행기 탑승 수요가 예상보다 많아지자 대한항공 B747 여객기(330석 규모)를 투입했다. 여객기는 로마를 거쳐 트리폴리에 도착할 예정이다. 트리폴리쪽에는 아직 750명 이상의 교민이 체류 중이다.
◆이집트 육로와 지중해 해상 탈출정부는 시위대가 장악한 동북부의 벵가지쪽 교민을 철수시키기 위해 배를 타고 지중해로 빠져나오는 방안과 차량으로 이집트로 철수시키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교민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아덴만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을 현지에 급파했다. 최영함은 4500t급 구축함으로 승조원 300명을 포함,최대 100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최영함은 3월 초에 리비아 북부 해안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지시간으로 24일 오전 10시에 벵가지항에서 출발하는 터키 선박 측에서 사람을 태울 수 있다고 제안해 옴에 따라 현대건설 직원 50명이 배를 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벵가지 항구에 여러 나라의 배가 오가는 만큼 이런 선박을 통해 탈출하는 방안을 계속 강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육로를 이용해 이집트로 탈출한 원건설의 직원이 무사히 국경을 통과한 만큼 이들이 통과한 경로로 추가 탈출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다. 그러나 알칼리지 발전소 현장의 두산중공업 직원 8명이 서쪽 튀니지로 탈출을 시도하다 주리비아 한국대사관이 위험하다고 제지,다시 캠프로 돌아오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트리폴리 알칼리지 등에서 튀니지로 안전하게 육로로 이동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24일 신속대응팀을 튀니지에 파견했다"고 설명했다.
◆동북부에선 목숨 건 탈출
트리폴리에서 멀리 떨어진 동북부나 서남부에 현장을 둔 업체들은 육로로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최대 위험 지역인 동북부 데르나에 있던 원건설 근로자 39명과 외국인 근로자 1000여명이 24일 트럭 8대,미니버스 1대 등으로 350㎞를 달려 이집트 국경에 도착했다. 남은 직원 500여명(한국인 근로자 14명 포함)도 탈출할 예정이다.
리비아 남부 나루트 인근에서 대학건물 신축공사를 하는 코스모D&I는 남쪽 튀니지 국경을 육로로 통과하기로 결정하고 루트를 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공사 현장까지 약탈이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식량이 20일치밖에 남지 않아 국경 탈출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건설현장에 남기로전면 철수를 유보한 기업도 있다. 건설현장의 제3국 인력만 남겨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일건설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가 2000명이나 돼 한국 인력만 나가면 문제가 된다"며 "출장자나 아픈 사람 3~4명만 출국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일단 남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세기나 여객선 등 다른 이동수단이 생기면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리비아 4개 현장에 170명이 근무 중"이라며 "현장을 지키기 위해 1차 이후 철수 규모는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진모/김재후/이승우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