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네'…공시 전 정보 유출 의심사례 '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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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정을 누구나 똑같이 알 수 있게 하는 공정공시 제도가 위협받고 있다. 공시 이전 중요한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잇따라 포착되고 있어서다. 불공정 행위로 부당한 이득이 생길 경우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돼 금융감독 당국의 보다 세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증시 개장 직후부터 드라마 전문 제작사 초록뱀미디어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11시 22분 현재 초록뱀은 가격제한폭(14.91%)까지 내린 2340원을 기록중이다.전날 일본의 소니그룹이 유상증자 형태로 초록뱀의 지분을 취득하고 이사진을 파견해 경영에 참여시키기로 했다는 대형 '호재성' 발표 이후여서 주가가 오르는 게 정상인 상황이었다. 초록뱀은 전일 장 마감후 소니의 자회사 소넷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신주 246만3055주를 발행하는 50억원 규모의 제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급락한 것은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탓으로 보인다. 사전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취득해 주식을 매집한 뒤 공시 이후 매각하는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초록뱀 주가는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5거래일 간 약 62%나 급등했다.
초록뱀 관계자는 "소니가 투자한다는 사실이 외부로 흘러나가지 못하게 최대한 단속했다"면서도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체외진단 의료기기 업체 나노엔텍 주가도 초록뱀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 회사는 지난 17일 장 마감후 SK텔레콤이 참여한 110억원 규모의 제 3자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나노엔텍은 또 140억원어치의 전환사채(CB)도 SK텔레콤이 받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지분 참여라는 '호재성' 내용을 공시한 것.
올 들어 이런 내용이 알려지기 이전인 지난 17일까지 나노엔텍 주가는 약 45% 상승했다. 그러나 공시 다음날인 18일 10% 넘게 하락한 것을 비롯해 24일까지 6거래일 동안 20% 급락했다. 전형적인 '재료 노출' 사례다.
악재가 나오기 이전 해당 기업 주식을 대거 매도한 사례도 있다.세무용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그램업체 더존비즈온은 지난 11일 시장의 기대치에 크게 못미치는 실적을 발표한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증권사들이 추정했던 200억원 내외의 채 절반도 안 되는 77억원에 불과했던 것.
하지만 막상 실망스러운 실적이 나온 당일 더존비즈온의 주가는 3% 가깝게 상승했다. 실적 발표 이틀전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이미 주가가 급락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하한가를 기록한 지난 9일 100만주가 넘는 매물을 이례적으로 시장에 쏟아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관은 더존비즈온의 실적이 안 좋을 것이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미리 주식을 사거나 팔았다면 처벌 대상이나, 그 개연성을 밝혀 내는 게 쉽지는 않다"면서 "해당 종목들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감시부에서 기계적인 모니터링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도 막상 처벌까지 가는 사례가 많지 않아 불공정 거래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면서 보다 엄격한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
25일 증시 개장 직후부터 드라마 전문 제작사 초록뱀미디어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11시 22분 현재 초록뱀은 가격제한폭(14.91%)까지 내린 2340원을 기록중이다.전날 일본의 소니그룹이 유상증자 형태로 초록뱀의 지분을 취득하고 이사진을 파견해 경영에 참여시키기로 했다는 대형 '호재성' 발표 이후여서 주가가 오르는 게 정상인 상황이었다. 초록뱀은 전일 장 마감후 소니의 자회사 소넷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신주 246만3055주를 발행하는 50억원 규모의 제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급락한 것은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탓으로 보인다. 사전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취득해 주식을 매집한 뒤 공시 이후 매각하는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초록뱀 주가는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5거래일 간 약 62%나 급등했다.
초록뱀 관계자는 "소니가 투자한다는 사실이 외부로 흘러나가지 못하게 최대한 단속했다"면서도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체외진단 의료기기 업체 나노엔텍 주가도 초록뱀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 회사는 지난 17일 장 마감후 SK텔레콤이 참여한 110억원 규모의 제 3자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나노엔텍은 또 140억원어치의 전환사채(CB)도 SK텔레콤이 받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지분 참여라는 '호재성' 내용을 공시한 것.
올 들어 이런 내용이 알려지기 이전인 지난 17일까지 나노엔텍 주가는 약 45% 상승했다. 그러나 공시 다음날인 18일 10% 넘게 하락한 것을 비롯해 24일까지 6거래일 동안 20% 급락했다. 전형적인 '재료 노출' 사례다.
악재가 나오기 이전 해당 기업 주식을 대거 매도한 사례도 있다.세무용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그램업체 더존비즈온은 지난 11일 시장의 기대치에 크게 못미치는 실적을 발표한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증권사들이 추정했던 200억원 내외의 채 절반도 안 되는 77억원에 불과했던 것.
하지만 막상 실망스러운 실적이 나온 당일 더존비즈온의 주가는 3% 가깝게 상승했다. 실적 발표 이틀전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이미 주가가 급락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하한가를 기록한 지난 9일 100만주가 넘는 매물을 이례적으로 시장에 쏟아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관은 더존비즈온의 실적이 안 좋을 것이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미리 주식을 사거나 팔았다면 처벌 대상이나, 그 개연성을 밝혀 내는 게 쉽지는 않다"면서 "해당 종목들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감시부에서 기계적인 모니터링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도 막상 처벌까지 가는 사례가 많지 않아 불공정 거래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면서 보다 엄격한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