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질곡의 역사] 인구 640만명 부족 500개…리비아는 사실상 부족사회

카다피 '분열의 정치'로 장기집권
글로벌 워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최근 대국민 연설에서 지지자들에게 "집을 나서서 은신처에 있는 시위대를 공격하라"고 선동했다. 카다피가 42년간 리비아 내 종족 갈등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권좌를 유지해온 통치술을 절체절명의 순간에 다시 꺼내든 것이다.

카다피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시위대가 "종족 학살을 부추긴 것"이라고 반발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카다피는 집권 이후 자신에게 우호적인 부족에는 오일 머니를 나눠주며 충성을 약속받고,위협이 될 만한 부족은 매수하거나 소외시켰다. 카다피가 이처럼 '분열의 정치'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인구 640만명의 리비아가 약 500개 부족으로 구성된 복잡한 정치 지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기원전 4200년 리비아 동부 지역에 현재의 투아레그족이라 여겨지는 테무족의 침입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리비아엔 오랜 기간 수많은 종족이 거쳐 갔다.

그중 카다피를 배출한 수도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살고 있는 카다파족은 카다피 정권의 핵심 지지층이라 할 수 있다. 아랍화된 베르베르족인 카다파족은 규모가 크지 않아 다른 주변 부족과 연합으로 정권을 유지해왔다. 카다파족은 과거 동부 바라사족,마가라족과 권력 투쟁에 밀려 리비아 동남부 사막 지역인 시르테로 쫓겨난 역사도 있다.

리비아가 이탈리아에 의해 1912년 식민지가 됐고,1943년 이후 영국의 지배를 받았지만 식민지배가 주로 해안가 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진 탓에 복잡한 부족지배 구조에는 오늘날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도농 간 이질감과 문화적 차이만 커지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이번에 반카다피 저항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동부의 바라사족과 리비아 내 최대 부족인 와르팔라족(100만명),투아레그족,하사와나족 등이다.

리비아뿐 아니라 이슬람권 국가 중에는 부족 지배 영향력이 강한 곳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곳은 아부다비,두바이 등 7개 아미르(토후)의 연합체로 구성돼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