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국운 상승을 위한 '마지막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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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임박…국정개혁 절실한국 정치와 미국 정치의 유사점 중 하나는 대통령 선거 운동이 2년 동안 지속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중간선거 이듬해부터 대권주자들의 행보가 시작된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임기 3년 차는 비공식적인 대선 운동이 시작되는 해다. 2년 선거운동의 법칙은 차기 대선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았던 지난 25일 현재 2012년 대선을 향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래지향적 대선공약 준비할 때
예측을 불허하는 정치의 속성상 승리의 향방을 가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차기 대통령의 5년 임기는 국운 상승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나라는 무방비 상태인 채로 2017년 생산가능 인구 감소를 겪고 2년 뒤에는 전체 인구 감소에 직면할 것이다. 저출산 고령사회로의 본격 진입이 야기하게 될 후폭풍을 뚜렷한 대책 없이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인구 구조 격변의 조짐은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1960년 현재 6명에 달하던 합계출산율은 1984년 들어 대체 출산 수준인 2.1명으로 조정됐다. 출산율 하락세는 그 뒤로도 계속됐다. 1990년에는 1.59명으로 격감하고 2000년에는 1.47명으로 떨어졌다. 2005년에는 세계 최저 출산국이 됐다.
하지만 전 · 현직 대통령들은 인구 구조 변화에 부응하는 국가 운영 패러다임을 개발,정착시키지 못했다. 견조한 성장세 유지를 위한 경제 개혁은 구호에 그쳤다. 주요 제조업이 중국의 맹추격을 받게 되었는가 하면 서비스 산업 고도화는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법률,회계,교육 등 지식서비스 산업 비중은 각종 규제와 전문 인력 부족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서비스 산업의 부가가치 생산량은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가장 생산성이 높다는 금융 및 부동산 부문도 OECD 주요국 대비 50~80%에 불과하다.
적은 병력으로도 북한뿐 아니라 주변국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국방 개혁도 지지부진 했다. 최근 들어 입대 연령 인구 감소로 인해 편제 병력보다 적은 병력으로 부대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미 랜드연구소는 향후 병력이 20만명 이상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은 인력 중심적 군 운영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방 예산 증액이나 군 구조 개편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차기 대통령에게 획기적인 국가 운영 패러다임 개혁은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물론 어려운 일일 것이다.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에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너선 라우치가 언급한 바 있는 '민주경화증'(民主硬化症)이 만연하고 있다. 구태의연한 제도와 독선적 이익 집단들이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개혁의 준거점도 불투명하다. 정부주도형 경제가 1970년대에 퇴출 선고를 받았다면 글로벌 경제위기는 시장에 대한 맹신의 위험을 경고한다. 미군을 따라하는 데 천문학적인 재원이 필요하지만 군 조직을 최소화하고 해외 파병에만 치중하는 서유럽 모델은 우리와는 동떨어진 안보 현실에 기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룰 수만 있다면 패러다임 혁신은 경제,정치 발전은 물론 민족 통일의 염원을 이루는 토대를 제공해 줄 것이다. 반면 차기 대통령마저 개혁을 방기한다면 대한민국호의 진로는 미궁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대권주자들은 역사적 사명감으로 미래지향적이되 실행 가능한 독창적인 공약 개발과 국정운영 비전 마련에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 언론과 학계 그리고 국민들은 2년간의 대선 운동이 인신 공격과 지역주의 선동으로 허비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윤계섭 < 서울대 경영학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