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협력사 지원 1조 돌파…"기업들, 할만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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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예산 작년보다 24.9% 늘어30대 그룹이 올해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1조808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8652억원보다 24.9% 늘었다.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서라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최근 동반성장지수 도입,협력사 이익 공유제(profit sharing) 추진 등 무리수를 들고 나오는 정부를 향해 '대기업들이 이미 자발적으로,그리고 시장 친화적 방법으로 동반성장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매출 증가율보다 2배 이상 높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대 그룹 140개사의 협력업체 동반성장 지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사상 처음으로 관련 예산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27일 발표했다. 협력사 등에 대한 순수 지원금만 집계했다는 게 전경련 측 설명이다. 분야별 비중에서는 판매 · 구매 지원이 32.9%로 가장 컸다. R&D 지원(26.7%),생산성 향상 지원(22.0%),보증 · 대출 지원(9.7%) 등이 뒤를 이었다. 한선옥 전경련 산업정책팀장은 "30대 그룹의 동반성장 예산 증가율은 지난 5년간 평균 매출 증가율 10.6%의 두 배가 넘는다"며 "기업들이 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LG전자 포스코 등 매출이 큰 5대 기업만 따로 떼어 놓으면 동반성장 지원금이 전년 대비 47.1% 증가한 4909억원에 이른다. 5대 기업은 올해 협력업체 신기술 개발을 집중적으로 도울 예정이다. 전체 예산 중 44.4%인 2031억원이 협력업체 R&D 지원에 배당돼 있다. 판매 · 구매와 생산성 향상에도 각각 1299억원과 1263억원을 쓸 계획이다.
전경련은 이날 주요 기업들의 분야별 동반성장 사례를 취합해 함께 발표했다. 구매 지원 분야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사급(賜給)제도가 우수사례로 꼽혔다. 지난해 현대차는 3조738억원 규모의 원자재를 일괄 구매해 187개 협력사에 저렴한 가격에 공급했다. 현대차는 올해도 이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R&D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술개발 인력 파견 제도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 협력사 신흥정밀은 지난해 삼성전자로부터 기술인력 9명과 R&D 설비를 지원받아 3D(3차원) TV 프레임 개발에 성공했다.
LG디스플레이는 협력업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출 부문 협력사인 우리텍,금형 전문업체 나라엠엔디 등과 공동으로 기술력 제고,생산성 향상,공정 최적화 프로젝트를 추진해 협력업체들의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자금 지원 분야에서는 롯데백화점의 동반성장펀드가 눈에 띄었다. 150억원의 동반성장기금을 무이자로 대출,협력업체들의 운영자금난을 덜어줬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동반성장펀드 규모를 1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