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매각 또 불발…구조조정 차질 빚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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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쓰' 이어 '예나래'도 유찰예금보험공사(예보)의 예나래저축은행 매각이 실패했다. 시장이 저축은행의 가치를 매우 낮게 평가한 탓이다. 올 들어 영업정지된 부산 대전 등 7개 저축은행을 구조조정하려는 금융당국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지난 24일 실시한 예나래저축은행 공개경쟁 입찰에서 응찰업체 2곳이 제시한 인수가격이 '최소 허용 가격'보다 낮아 유찰시켰다. 예나래저축은행은 2009년 말 영업정지된 전북 최대 저축은행인 전일저축은행을 예보가 인수한 뒤 이름을 바꾼 곳이다. 예보는 이 저축은행에 예보기금을 투입,부실여신을 털어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지난해 말 13.66%로 높였다. 예보 관계자는 "예나래저축은행 입찰에 당초 4곳 이상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 응찰한 곳은 신안그룹의 신안저축은행과 사모투자펀드(PEF) 1곳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예보는 또 호남지역과 제주도에서 영업하고 있는 예쓰저축은행 매각이 세 번 유찰돼 현재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예보는 다음 달 2일 인수 제안을 받을 예정이지만,인수 의지를 갖고 있는 곳이 모두 PEF여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문제가 막 터질 무렵인 2009년 6월 예한울저축은행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팔린 것을 끝으로 예보의 부실 저축은행 매각이 더 이상 성사되지 않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 인수 · 합병(M&A)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영업정지 사태 이후 저축은행 회계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PF 대출 보고를 하지 않고 담보대출이라고 속인 것이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 부국증권 등 증권사와 한국금융지주그룹 동양그룹 등은 이 같은 문제 등을 이유로 저축은행 인수를 잠시 보류한 상태다.
우리금융지주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삼화저축은행 인수전에서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보다 500억원 이상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사들이 이같이 낮게 평가한 이유는 저축은행의 PF대출 추가 부실 가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