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아이폰 도입 놓고 이통 3사 CEO '3人3色'

방통위 간담회서 '신경전'
애플 아이폰의 '약발'은 끝난 것일까. KT가 2009년 말 국내에 들여온 아이폰은 18개월 동안 225만대가 팔리며 국내에 스마트폰 열풍을 몰고왔다. 하지만 앞으로 국내 시장에 미칠 아이폰의 영향력에 대해 국내 3대 이동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시각은 제각각이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 CEO들은 28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주재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SK텔레콤의 아이폰 판매 결정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단말기로 경쟁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KT의 아이폰 독점 공급 탓에 빼앗겼던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그는 "SK텔레콤의 가세로 단말기 하나(아이폰 지칭)로 경쟁하던 (KT의) 시대는 끝나고 본격적인 서비스 경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KT LG유플러스 등에 비해 경쟁력 있는 이동통신망을 갖춘 만큼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아이폰의 통화불량 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이폰 AS 문제도 (KT에 비해) 좀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이폰 독점으로 스마트폰 시대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KT의 이석채 회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 회장은 "(SK텔레콤의 아이폰 판매는) 이미 예상됐던 것 아니냐"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아이폰 도입에 대한 대책을 세워뒀기 때문에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덧붙였다. KT는 올초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사의 아이폰 도입에 대비,그동안 아이폰 판매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질 좋은 서비스에 주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을 받는 LG유플러스의 이상철 부회장은 아이폰의 통화 불량을 거론하며 평가절하했다. 이 부회장은 "아이폰4가 도입된 지 좀 지났는데 이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있겠느냐.통화가 잘 안 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아이폰4가 그리 좋은가"라고 말했다. KT와 SK텔레콤이 아이폰을 들여왔지만 LG유플러스는 그럴 계획이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이 부회장은 오히려 주파수 확보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주파수 배분에 대해서는 방통위가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KT 등과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방식이 달라 단말기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처져왔다. 오는 7월 상용화할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서는 충분한 주파수 대역을 확보해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