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단 '월세대란'] 경기 회복세 타고 수요 급증…'공장 분할' 안되고 신규 공급도 끊겨

왜 부족한가
정부는 2009년 8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을 개정해 공장 분할 면적을 적어도 '1650㎡ 이상'으로 명문화했다. 공단 내 공장을 사서 잘게 쪼개 되팔면서 투기를 부추기는 사례를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공장을 330㎡, 660㎡ 등으로 잘게 분할해서 파는 게 불가능해져 한정된 공단지역 내에서 더 이상 작은 공장을 소유하기는 어렵게 됐다.

남동공단의 경우 입주기업 6023개 가운데 임차기업은 3819개로 전체의 63.4%에 달했다. 반월공단은 입주기업 5075개 중 임차기업이 2857개로 전체의 56.3%를,시화공단은 8590개 중 임차업체가 5299개로 61.7%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임차공장도 포화상태를 이뤄 더 이상 늘리기가 곤란한 형편이다. 그렇다고 대형 공장을 사기엔 자금력이 부족해 소형 공장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이들 공장 구득난이 가중되고 있다. 대형 공장의 매물은 남동공단에만 20~30여건 나와 있으나 이들 공장은 가격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남동이나 반월에서 2000평짜리 공장을 사려면 70억~120억원가량이 들어 웬만한 중소기업으로선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남동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K사장은 "경기가 지속적으로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는 이상 중소기업으로선 대형 공장을 사기가 부담스럽다"며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임대를 주면 공장을 제때 매각하기 힘들어 그냥 빈 공장으로 놔두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들이 남동 반월 시화 등 인프라가 좋은 국가산업단지로만 몰리기 때문에 공장 구득난이 가중되고 있다. 화성 김포 등지의 일반 산업단지(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단지)에서는 아직 공장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런데도 남동 반월 시화로 몰리는 것은 전철이 지나가고 경인지역에서 출퇴근하기가 수월한 데다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부평 부천 구로디지털밸리 등과 가깝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은 중소기업 공장을 일반산업단지로 적극 유도하기 위해선 이들 지역의 교통여건을 개선하고 인력공급 대책을 종합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상무는 "특히 경기 남부의 일부 지역은 버스가 1시간에 1대 다닐 정도로 교통이 불편한 곳이 여전히 많다"며 "자가용이 없는 종업원들은 회사 통근 버스를 놓치면 사실상 출퇴근조차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런 여건을 개선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덩치가 커서 잘 안 팔리는 공단 내 대형 공장을 정부가 사들인 뒤 작은 공장으로 분할해 팔면 투기 의혹도 불식시킬 수 있고 작은 공장을 많이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한다. 공장을 하겠다는데 적당한 공간이 없어서 제조업을 못한다면 국가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주장이다.

또 아파트형 공장은 선반 프레스 등 무거운 기계설비를 놓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층이나 2층짜리 공장이 더 많이 공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동 · 반월 · 시화공단=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