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방 저축銀 묶어팔아야"

업계, 부실저축銀 매각방식 제시
영업정지됐거나 부실한 저축은행을 가급적 빨리 매각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도권 저축은행과 지방 저축은행을 묶어 파는 방안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영업정지된 중앙부산저축은행 등 계열사를 매각해 자체 정상화를 추진 중인 부산저축은행은 현재까지 마땅한 인수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과 4개 계열 저축은행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금융당국은 오는 4월 중순까지는 정상화 기회를 줄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부산저축은행과 4개 계열사가 자체 정상화를 할지,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매각될지는 4월 중순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부산저축은행이 일부 계열사 매각을 통한 정상화를 꾀하고 있지만 계열사 매각이나 정상화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과 중앙부산저축은행이 공동으로 취급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부실이 많아 분리 정상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력한 인수 대상으로 떠오른 금융지주사들도 부산저축은행 계열사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추가로 저축은행을 인수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신한금융지주는 영업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부산지역에서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시너지면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산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부산은행도 일단은 부산저축은행 인수에 부정적이다. 계열사를 포함한 부산저축은행의 총자산이 10조여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성공하기 위해선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의 상품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익성이 없는 지방 저축은행을 따로 매각하기보다 수도권에 영업권이 있는 저축은행을 묶어 매각하면 훨씬 매각이 쉬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예를 들면 최근 매각이 무산된 예쓰저축은행(제주도와 군산지역)과 예나래저축은행(전북지역)을 서울지역에 점포를 갖고 있는 전주저축은행 및 대전저축은행과 묶어 파는 방식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인수자는 서울과 지방에서 영업권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관계자는 "은행계열 지주회사뿐만 아니라 증권사 등도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증권사들로선 수도권에 영업권을 가진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점포 안 점포(branch in branch)'를 만들어 증권영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