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정변 정국의 숨가쁜 72시간

유광수 씨 소설 '왕의 군대' 츌간
《왕의 군대》(휴먼앤북스 펴냄)는 갑신정변을 주도한 김옥균을 중심으로 개화파 충의계와 민씨 일파인 사대당,강력하고 독립적인 왕권체제를 추구하는 고종 간의 쫓고 쫓기는 갈등을 72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풀어낸 역사 추리소설이다.

고전소설을 전공한 유광수 연세대 교수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그는 2007년 소설 《진시황 프로젝트》로 '제1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을 받았다. 이야기의 배경은 흥선대원군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외척인 민씨 일가의 횡포가 극심해진 고종 치하의 19세기 후반이다.

한양에 검은 복면을 쓴 자객 흑표가 나타나 일본 및 청나라와 화친을 주장하는 고관대작들을 무참히 죽이기 시작한다. 조정에서는 그를 잡기 위해 무예가 뛰어난 종사관 송치현을 불러들인다.

비슷한 시기,신식 무기로 무장한 군인들에 비해 차별 대우를 받으며 불만이 쌓였던 구식 군인들은 밀린 급료로 받은 쌀에서 모래가 섞여 나오자 반란(임오군란)을 일으킨다. 일본 등지에서 신문물을 접하며 조선의 근대화를 꿈꾸던 김옥균 일파는 곧이어 개혁(갑신정변)을 감행한다.

소설은 '3일 천하'로 끝나 실패한 갑신정변의 주도자 김옥균이 알려진 것처럼 무모하지 않았고,뭔가 비밀을 간직했을 것이란 상상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에서도 그 기록이 사라진 1884년의 사흘을 숨가쁘게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김옥균이 비장의 무기를 뒀을 것이란 추측,그가 꿈꿨던 세상이 입헌군주제를 뛰어넘어 고종의 폐위까지 노렸을 수 있다는 상상력을 큰 줄기로 청나라와 가까웠던 민씨 일파,의병 궐기를 명하라는 유림들의 호소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며 외세에 의존했던 고종의 처지 등을 덧입혔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고종이 무능했다,개화파가 이랬다는 식의 일방적인 평가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추구했던 당시 주요 인물과 세력들의 고민을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저마다 대의를 품었던 여러 집단 사이의 알력을 담아낸 절묘한 구성,액션영화를 보는듯한 빠른 전개로 재미와 긴장감을 살린 것이 장점이다. 1만2000원.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