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의 한국정치 미국정치] 운전면허교육 축소 안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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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이 운전면허시험에서 기능시험을 축소하고 운전면허 교육시간을 줄이기로 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보도에 따르면 행안부의 새 계획은 특히 전문학원에서 의무적으로 받는 운전교육시간도 현행 25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인다. 현행 시간의 3분의 1도 안 된다는 얘기다.
한국은 미국보다 운전면허 취득에 드는 비용이 훨씬 많고 절차도 복잡하다. 그러니 운전면허 취득을 간소화하고 비용도 절약해 국민의 불편을 덜어주자는 데는 찬성한다. 하지만 운전은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교육시간을 줄이는 데는 찬성할 수 없다. 미국은 시력검사를 한 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운전 시 필요한 시그널 테스트와 도로주행)을 거쳐야 한다. 또한 운전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뉴욕주는 작년 2월에 종래 20시간이었던 도로주행 의무 연습시간을 50시간으로 늘렸다. 캘리포니아주는 50시간,버지니아주는 45시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미성년자(만 16세)는 규정이 더욱 엄격해 모든 시험에 통과해 임시운전면허 교육허가증(driver's permit)을 취득해도 어느 시점까지는 반드시 만 25세 이상의 성인이 동승해야 하며,6시간 전문운전 연수도 거쳐야 한다. 호주는 120시간의 운전 연습시간을 의무화하고 있다. 도로에 나가기 전에 충분한 준비를 해 다른 운전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교통사고는 운전자 본인은 물론 무고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거나 영영 불구로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준비가 안 된 사람을 운전대에 앉혀 도로로 내보내는 것은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병사를 전쟁터로 내보내는 것과 같다. 그렇지 않아도 대한민국 교통사고 사망률은 세계 6위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 평균 17명(2007년 기준)이다. 이 중 상당수는 본인의 실수가 아닌 다른 사람의 운전 실수로 인한 것이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만명당 1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6위를 차지하면서 OECD 평균인 8.2명을 훨씬 능가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세계 6위라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기능시험을 폐지하고 운전교육시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행안부의 계획을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다.
미국은 고등학교 정규과목에도 운전교육이 포함돼 있다. 고등학생이 되면 기초적인 운전 상식은 이미 갖게 된다. 더욱이 미국은 도로 자체가 한국보다 훨씬 넓다. 뉴욕 맨해튼이나 LA 다운타운을 제외한 교통 상황 자체가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게 한적하다. 한국의 교통 지옥 속에서 운전을 하려면 미국보다 5배 이상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 서울서 운전할 때는 미국서 50년 쌓은 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바짝 긴장했다. 아찔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달 정도 운전해보니 서울에서 운전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정부 고위 관리들과 국회의원들도 한 달만 직접 운전해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한 달만 직접 운전을 해보고 몇 번 아찔한 경험을 하고 나면 아마도 25시간 운전교육시간을 8시간으로 줄이기는커녕 미국처럼 50시간으로 늘리자고 할 것이다.
이창준 < 전 미국연방 하원의원 · 워싱턴포럼 이사장 >
한국은 미국보다 운전면허 취득에 드는 비용이 훨씬 많고 절차도 복잡하다. 그러니 운전면허 취득을 간소화하고 비용도 절약해 국민의 불편을 덜어주자는 데는 찬성한다. 하지만 운전은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교육시간을 줄이는 데는 찬성할 수 없다. 미국은 시력검사를 한 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운전 시 필요한 시그널 테스트와 도로주행)을 거쳐야 한다. 또한 운전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뉴욕주는 작년 2월에 종래 20시간이었던 도로주행 의무 연습시간을 50시간으로 늘렸다. 캘리포니아주는 50시간,버지니아주는 45시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미성년자(만 16세)는 규정이 더욱 엄격해 모든 시험에 통과해 임시운전면허 교육허가증(driver's permit)을 취득해도 어느 시점까지는 반드시 만 25세 이상의 성인이 동승해야 하며,6시간 전문운전 연수도 거쳐야 한다. 호주는 120시간의 운전 연습시간을 의무화하고 있다. 도로에 나가기 전에 충분한 준비를 해 다른 운전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교통사고는 운전자 본인은 물론 무고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거나 영영 불구로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준비가 안 된 사람을 운전대에 앉혀 도로로 내보내는 것은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병사를 전쟁터로 내보내는 것과 같다. 그렇지 않아도 대한민국 교통사고 사망률은 세계 6위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 평균 17명(2007년 기준)이다. 이 중 상당수는 본인의 실수가 아닌 다른 사람의 운전 실수로 인한 것이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만명당 1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6위를 차지하면서 OECD 평균인 8.2명을 훨씬 능가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세계 6위라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기능시험을 폐지하고 운전교육시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행안부의 계획을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다.
미국은 고등학교 정규과목에도 운전교육이 포함돼 있다. 고등학생이 되면 기초적인 운전 상식은 이미 갖게 된다. 더욱이 미국은 도로 자체가 한국보다 훨씬 넓다. 뉴욕 맨해튼이나 LA 다운타운을 제외한 교통 상황 자체가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게 한적하다. 한국의 교통 지옥 속에서 운전을 하려면 미국보다 5배 이상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 서울서 운전할 때는 미국서 50년 쌓은 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바짝 긴장했다. 아찔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달 정도 운전해보니 서울에서 운전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정부 고위 관리들과 국회의원들도 한 달만 직접 운전해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한 달만 직접 운전을 해보고 몇 번 아찔한 경험을 하고 나면 아마도 25시간 운전교육시간을 8시간으로 줄이기는커녕 미국처럼 50시간으로 늘리자고 할 것이다.
이창준 < 전 미국연방 하원의원 · 워싱턴포럼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