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하도급 못풀면 글로벌 경쟁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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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파업 수순현대자동차 비정규직(사내 하도급) 노조가 정규직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내 하도급 업체에서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사건에 대해 서울고법이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계의 쟁점으로 다시 부상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또 논란
한국, 파견근로자 규정 엄격
獨·日은 거의 全업종 제한 없어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25일 서울 양재동 현대 · 기아차 본사에서 상경 농성을 하는 등 2차 파업을 향한 수순을 밟고 있다. 조합비 횡령 사건으로 총 사퇴한 노조 지도부 선출 작업을 이달 중 마무리하고 전면 파업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는 노조 주장대로 2년 이상 근무한 사내 하도급 근로자를 의무적으로 정규직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기업의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132만6040명 중 사내 하도급 근로자는 24.6%인 32만5932명에 이른다. 조선(61.3%) 철강(43.7%) 기계 · 금속(19.7%) 자동차(16.3%) 등에 특히 하도급 근로자들이 집중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조선,철강 등 하도급 근로자들이 많은 기업의 이목이 온통 현대차에 쏠려 있다"며 "노동유연성 문제를 풀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업체들과의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서울고법 판결은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 1명에 대한 판결에 불과하고 최종 판결도 아니다"며 "소송 당사자가 아닌 사내 하도급 노조가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파견 근로자에 대한 규정이 까다로운 나라로 꼽힌다. 32개 업종에 한해 파견을 허용하며 파견 기간도 최대 2년까지만 가능하다.
폭스바겐,벤츠,BMW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를 두고 있는 독일은 건설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대해 파견을 허용하고 있으며 파견 기간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폭스바겐 등 독일 대기업 중 상당수가 직접 근로자 파견업체를 운영할 만큼 근로자 파견이 일반화돼 있다. 도요타,혼다,닛산의 거점인 일본도 항만운송,건설,경비,의료를 제외한 모든 업종에 근로자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파견 권장 기간은 3년으로 돼 있지만 이 규정을 어긴다고 해도 강제 정규직화의 의무는 없다. 26개 전문직종은 기간 제한 규정이 없다.
미국은 더 관대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연방 정부 차원의 파견 근로자에 대한 규제 자체가 없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해고도 자유로워졌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는 경영상 어려움이 있을 때 직원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 상황이 호전됐을 때 해고 근로자들을 우선 복직시키는 게 조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제품 교체 주기가 짧고 호황과 불황이 극명한 업종"이라며 "노동유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파견 근로자 처우에 관한 논란도 뜨겁다. 노동계는 현대차 파견 근로자들이 월 100만원대의 급여를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상여금,수당 등을 합하면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이 338만2000원에 이른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액수는 전국 상용근로자 월 평균 임금의 1.4배 수준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