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FTA가 가져올 무역 이상의 이득

선진국 도약 위한 앞선 제도 도입…개혁 리더십 보완할 마지막 수단
영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1772~1823)가 창안한 여러 이론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그의 천재성이 가장 빛나는 것은 역시 비교우위론일 것이다. 오늘날 비교우위론은 거의 모든 경제적인 사고와 정책입안의 기본이론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지만 처음 그와 같은 이론을 창시하는 것은 역시 천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비교우위론의 요체는 상대적으로 싼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재화의 생산에 특화한 다음 교역을 하면 교역에 참가하는 나라 모두 이득을 얻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옷과 포도주 두 재화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우리나라는 옷을 5만원,포도주를 10만원의 비용으로 생산하고 미국은 옷을 10만원,포도주를 5만원의 비용으로 생산한다면 우리나라는 옷의 생산에,미국은 포도주의 생산에 특화해 교역하면 두 나라 모두에 득이 되는 것이 자명하다. 비교우위론에 담긴 리카도의 천재성은 비교우위가 자명한 앞의 경우보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발견할 수 있다. 다시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옷을 5만원,포도주를 10만원의 비용으로 생산하고 미국은 옷을 8만원,포도주를 12만원의 비용으로 생산하는 경우에 우리나라가 두 재화의 생산에 모두 절대우위를 갖는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경우에 우리나라가 옷과 포도주를 모두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 최적일까?

리카도가 내놓은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상대적인 비용의 고저를 따져 특화한 다음 교역함으로써 두 나라 모두 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인 비용으로 본다면 포도주로 나타낸 우리나라의 옷 생산비용은 2분의 1병이고 미국의 생산비용은 3분의 2병이다. 즉 포도주로 나타낸 우리나라의 옷 생산비용이 미국의 생산비용보다 싸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옷의 생산에,미국은 포도주의 생산에 특화한 다음 교역하면 두 나라 모두 이득을 얻는다는 것이다. 결국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어떤 경우에도 국제교역을 통해 손해 보는 법이 없다.

물론 비교우위의 원리는 현실에 있어 훨씬 복잡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것은 교역되는 재화와 나라의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경제 규모와 경제발전 단계가 각기 다르고 여러 가지 무역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경우 쌀이나 쇠고기와 같이 정서적으로 선뜻 자유무역의 장에 내놓을 수 없는 재화도 있다. 모든 경제적인 선택에는 궁극적으로 정서와 감정의 문제가 내재하기 때문에 이성의 빛나는 추론이 무색해지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것이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FTA와 관련해 지적하고 싶은 것은 FTA를 단순히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에 관한 것으로만 보면 문제의 핵심을 잘못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지금의 경제발전을 일군 것은 재화와 서비스의 무역에 힘입은 바 크다. 그리고 우리의 경제발전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무역을 통해 도입된 선진적인 제도의 역할이다. 재화와 서비스 거래의 문호를 개방하는 것은 외국의 선진제도를 도입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우리가 선진국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는 것은 제도의 개혁과 선진화에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온갖 인기영합주의가 판을 치는 이 나라의 현실에서 혁신적으로 제도를 개혁함으로써 한 단계 진화한 국가 시스템을 창조하고자 하는 의욕이 집권 세력에게도,그에 대립하는 세력에게도 없어 보인다. 제도의 개혁과 선진화에 대한 리더십이 부재한 지금 선진국과의 FTA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FTA는 단순히 무역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조장옥 < 서강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