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는 양날의 칼…만만하게 보면 큰코다쳐"

● 임석식 신임 한국회계기준원장

기업 재량권 많지만 기준 엄격…충격 최소화 위해 '교육' 강화
조선·해운 등 부채급증 부작용…국제회계기준위에 개선 추진
"국제회계기준(IFRS)은 양날의 칼입니다. 기업에 재량권을 많이 준다고 해서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코다칩니다. "

2일 제5대 한국회계기준원장에 취임하는 임석식 신임 원장(58 · 사진)은 지난달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원칙 중심의 IFRS가 본격 도입돼 회계분식이 늘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캐나다 앨버타대 조교수,금융감독원 회계전문심의위원,회계기준원 상임위원을 거친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출신이다. 임 원장은 "IFRS가 규정 중심의 기존 한국회계기준(K-GAAP)보다 회계부정의 여지를 더 줄였다"고 강조했다. IFRS 도입으로 기업들이 기준을 변형해 최적의 재무제표를 작성할 수 있게 된 반면 반드시 재무제표 주석을 통해 기준 변형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IFRS가 '양날의 칼'인 것은 기업의 회계 자율권이 커진 만큼 합리성에 대한 의무도 강화됐다는 얘기다. 예컨대 실적이 나쁜 자회사를 연결 기준에서 제외했다면 해당 자회사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석을 통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임 원장은 "세부 내용까지 규정한 K-GAAP는 기업이 규정대로만 하면 되므로 경제적 실질을 속이는 '거래설계',즉 분식할 여지가 오히려 더 크다"며 "반면 IFRS는 원칙만 있고 세부규정은 없지만 대신 경제적 실질이 재무제표와 다르면 이를 분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년의 임기 동안 그는 기업이 IFRS 도입으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기업을 교육하는 작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임 원장은 "IFRS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기업 회계 담당자들이 각 기업에 맞는 최선의 재무제표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며 "IFRS 도입 원년인 만큼 기업들의 질의에 최대한 빨리 응답하고 교육을 지원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선 · 해운 · 건설업종 기업이 IFRS 도입으로 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등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협의를 통해 관련 기준 개정을 추진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임 원장은 "국내 산업의 특수성을 IFRS에 반영해 국익이 보호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장기적으로는 IFRS재단에 대한 기여금을 증액하고 IASB,IFRS해석위원회,워킹그룹 등에 한국인 전문가를 위원으로 선임해 기준 제정과 해석작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 원장은 IFRS를 적용하지 않는 미국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2015~2016년께까진 IFRS를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IFRS 도입으로 회계 투명성이 높아져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된다는 이점이 있어 IFRS를 서둘러 도입했지만 미국과 일본은 경제 규모가 큰 데다 도입 이점도 많지 않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의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회계장부를 이중(국내용 · 해외용)으로 작성해야 하는 비효율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반드시 도입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


◆ 한국회계기준원

국내 기업회계기준을 제정 · 개정 · 해석하고,회계 및 외부감사제도와 관련된 주요 제도 · 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민간기구.1999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14개 기관이 회원이다. 원장 · 상임위원과 5인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 회계기준위원회에서 회계기준의 제 · 개정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