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재취업 가능성을 높여라

경영 교육기관을 운영하면서 자주 떠올리는 얘기가 있다. 1940년께 미국 하버드대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만들 때 일이다. 독일과 전쟁을 벌여야 했던 미국은 자국의 전쟁 대비 태세를 점검하다 산업계의 경쟁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사실에 놀랐다. 무기,군수품 같은 전쟁물자를 제때 계획하고 생산하고 보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들의 도움이 절실한데 기업 경영자들의 경쟁력이 정부나 군대 리더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다. 하버드대는 급히 '방위산업을 위한 특별 교육(Training for Defense Industries)'을 개설했다. 이것이 나중에 15주 과정의 하버드 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로 자리잡게 된다. 초기 이 과정을 담당했던 교수가 나중에 국방장관까지 오른 로버트 맥나마라다.

미국은 이 교육을 통해 확보한 군수물자 조달 우위를 바탕으로 승전국이 됐고 마침내 세계 최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결국 교육이 세계대전의 승부를 갈랐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네트워크 중심이나 교양,취미 활동 수준으로 변질되고 있는 최근의 최고경영자 과정을 보면 안타까움이 많다. 아쉬움이 큰 것은 최고경영자 과정뿐만 아니다. 기업을 보면 40대 이상의 중견간부를 위한 교육이 전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견 · 중소기업 이하로 갈수록 더욱 그렇고 이들에 대한 교육은 대부분 개인적인 과업으로 여기는 경향까지 보인다.

지금은 실제 전쟁의 시대는 아니어도 경제 전쟁,기술 전쟁,아이디어 전쟁,비즈니스 모델 전쟁의 시대다. 이런 전쟁의 시대에 우리 한국의 중장년들은 과연 경쟁력이 있는가. 입사해서 쌓은 경험과,근면 성실한 태도 말고 무엇을 자랑할 수 있나.

경영자를 포함한 중견 이상 간부들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1940년대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국가적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책무일 뿐 아니라 개인으로 가면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이유는 모두들 안다. 일 할 틈도 없는데 '한가롭게' 교육 얘기를 꺼내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다 교육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간단한 솔루션이 있다. 스스로 취업 가능성(employability)을 높이면 된다. 이미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언제든 다른 회사에 스카우트될 정도의 실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된다. 교육 기관을 운영해온 노하우로 팁을 하나 준다면,일단 시험 신청부터 하는 것이 좋다. TESAT(경제 이해력 검증시험)이든 FAST(재무제표분석능력검증시험)든 토익,토플이든 일단 시험을 신청해놓고 혼자 시간을 쪼개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목표가 생기고 스스로 대학시절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더욱 젊어지는 신비한 효과도 느끼게 될 것이다.

며칠 전 세계적인 벤처기업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파워포인트에 이어 새로운 프레젠테이션 도구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프레지(Prezi)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피터 아르바이였다. 세계를 상대로 한 포부를 일갈하는 그는 겨우 31세에 불과했다. 기업 경영진 사회에 부는 위기의 바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이와 경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무대에 우리는 산다. 당장 그만둬도 어디든 뽑혀갈 수 있는 재취업 가능성이 없으면 누구라도 언제든 낙오될 수 있다. 삼성 등 대표기업에서 부는 세대 교체 바람은 이런 추세의 한국적 표현일 뿐이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