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 '종목 리모델링'…중소형주ㆍ해외 비중 늘린다

증권사, 리스크 관리 본격 나서
자문사에 다양한 포트폴리오 요구
증권사들이 자문형 랩(랩어카운트)의 포트폴리오 리모델링에 본격 나서고 있다. 국내 증시의 조정이 길어지면서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최근 해외 증시와 국내 중소형주로 투자 대상을 다변화한 상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문형 랩은 국내 대형주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로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투자 대상 '쏠림'에 따른 수익률 악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형주 쏠림 탈피해 다양화증권사들이 최근 선보인 자문형 랩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국내외 운용사들로부터 포트폴리오를 추천받아 이 중 10~20개 종목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말 동부자산운용,삼성생명과 손잡고 각각 중국과 미국에 투자하는 자문형 랩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미래에셋증권,신한금융투자 등도 중국과 미국에 투자하는 자문형 랩 상품을 각각 선보였다.

해외 자문형 랩 투자 대상도 애플 구글 JP모건 등 블루칩 일변도에서 우량 중소형주로 확대된다. 삼성증권은 미국 레그메이슨과 최근 양해각서(MOU)를 맺고 현지 중소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된 상품을 곧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 시장에선 투자 대상을 중소형주로 확대하고 있다. 김항기 동부증권 스몰캡팀장은 "10개 안팎이던 자문사들의 중소형주 투자 대상이 최근 30~40개로 늘어났고,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랩 상품이 새롭게 등장했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조정장에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문사들의 중소형주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시세조종 소지가 없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문사 특화 못하면 판매중단"자문형 랩의 포트폴리오 리모델링은 상반기 내내 확산될 전망이다. 판매사인 증권사들이 자문사들에 "증시 조정기에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상품전략 담당 임원이 최근 브레인 한국창의 등 5대 거래 자문사 대표를 잇따라 만나 "자문사들이 능력에 비해 과다한 자금을 굴리고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이 임원은 "거래 중인 메이저 자문사들이 특화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이들의 상품을 판매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최근 자문형 랩 판매속도를 조절하는 중"이라며 "운용 과정에서 특정종목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투자자문 대표는 "증시 조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자문하는 랩 규모를 줄이고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운용인력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종현/서보미 기자 scream@hankyung.com